'나하나' 찾기에 혈안인 네티즌과 '연예인 노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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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누드화보의 주인공 나하나

신이 빚은 몸매, 아슬아슬,전라누드로 벌써 스타...

10일 인터넷에서 검색어 '나하나'를 찾으면 쏟아져 나오는 뉴스 제목들이다.

이날 네이버를 비롯해 주요 포털 사이트 검색창은 하루종일 '나하나'를 찾는 네티즌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이름도 생경한 연예인을 그리도 애타게 찾는 이유는 하나였다. 그녀의 벗은 모습을 보기 위한 것이다.

얼마나 벗었나? 몸매는 괜챦아?

검색창을 두드리는 네티즌들의 속내를 표현하면 대강 이럴 것이다.

온라인 뉴스, 그중에서도 특히 포털 사이트에 오르는 기사의 속성 중에 '연성화'라는 게 있다.

딱딱하고 골치 아픈 정치,경제 기사보다는 심심풀이 파적거리로 좋은 말랑말랑한 읽을 거리가 대우를 받는 곳이 인터넷이다.

연예,스포츠,사건사고 등등이 통상 이런 부류에 속한다.

그중에서도 단연 압권은 연예인 기사들이다. 이날 '나하나'의 경우처럼 벗기는 경우라면 더욱 좋고, 뒷담화도 환영받는 소재중 하나다.

이른바 '섹스 어필'을 강조하는 볼거리에 대한 인기가 날로 더해 가면서 연예인들은 이제 출세와 생계를 위해 더욱 과감히 벗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나하나'의 경우처럼 제대로된 연예활동 한번 변변히 해보지 않은 상황에서 '섹시화보'부터 만들어 팬들에게 호소하는 일도 이제 일상사가 되어 버렸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는 법.

인터넷의 이른바 연성기사를 양산해 내는 저변에는 네티즌들의 수요가 있다.

그럼 네티즌 수요의 저변에는 무엇이 있을까? 직장에서 신문을 펼칠 때 미니 스커트 입은 여성 사진만 대해도 '낮 뜨거워라' 하는 젊쟌은 독자들이 인터넷만 대하면 벗기는데 광분하는 바로 그 이유말이다.

전문가들이 지목하는 이유중 하나가 관음증이다.

한 비뇨기과 전문의는 "연예인 과다노출은 관음증(觀淫症)의 산물이다"라며 요즘 연예가를 풍미하고 있는'과다노출 신드롬'에 대해 꼬집었다.

이성의 은밀한 모습을 몰래 들여다보고 싶어하는 규시욕(窺視慾 :관음증의 하나)이 성(性)을 상품화하려는 연예 기획사들에 의해 합법적으로 자행되고 있다는 게 그의 비판이었다.

특히 과다노출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10대 연예인들의 경우, 사회적 자각력이 채 여물지도 않은 나 어린 상태에서 준(準) 매춘행위를 강요받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지난달 28일 인터넷엔 인기그룹 쥬얼리 출신 솔로가수 서인영이 출연한'서인영물쇼 동영상 '이 올라 화제를 일으켰다.

검은색 속옷에 흰 셔츠를 입고, 무대장치에서 뿌려진 물에 흠뻑 젖은 육감적인 모습의 사진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네티즌들의 광적인 반응을 얻었다.

작년 말에도 연예인의 과다노출이 언론의 도마위에 오른 적이 있었다.

이른바 '남규리 가슴 노출 사건'.

서울 삼성동 코엑스 대서양홀에서 열린 제 2회 '빅4 콘서트'에서 그룹 '씨야'의 멤버 남규리가 춤을 추다 가슴을 노출시킨 방송 사고였다. 판도라TV에 오른 문제의 동영상은 온라인을 타고 급속히 퍼졌다.네티즌들 사이엔 '기획성 노출'이니 '방송사고'니 갑론을박이 일었다.

딱히 옷을 벗고 나선 것만 과다노출이라고 할 수 없다.

주변을 돌아보면 우리 사회에 관음증 해소를 겨냥한 성 상품들은 널려 있다.

한 음료광고회사의 TV광고의 경우 10대의 신인 연예인을 출연시켜 짧은 치마가 바람에 날려 속이 보일락말락한 장면을 리얼하게 묘사하했다. 완전히 벗기진 않았더라도 하늘거리는 치마를 보며 상상의 날개를 펴게 하는 상업주의는 바로 관음증의 상품화에 다름 아니다.

관음증의 상품화에 대해 전문가들의 해석은 엇갈린다.

한 정신과 전문의는 "피해는 결국 성폭력 등 사회비용으로 돌아온다"며 적절한 규제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광고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법과 제도 안에서 이루어지는 정당한 시장행위"라며 이런 지적을 일축한다.

우리가 시장경제를 신봉하는 자본주의 나라에 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업계의 주장도 무시할 수 만은 없다.다만 누가 그랫듯이 시비(是非)를 떠나 규시욕과 성 상품화에 대한 용인이 결국 사회비용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점을 곱씹어 볼 때가 된 것 같다.

임봉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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