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가재·죽은 물고기(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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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70년대 중반부터 북한산·도봉산·관악산 등 서울근교 산의 계곡상류를 제외하고는 거의 자취를 감췄던 가재가 최근 계곡하류에서도 떼지어 모습을 나타냈다는 지난주 중앙일보 기사는 서울시민들에게 다시 없는 낭보였다. 그 때문인지 지난 일요일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북한산 계곡을 찾은 어린이들이 맑은 물속에 발을 담그며 가재잡이에 신나하는 모습들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갑각류의 절제동물인 가재는 그 생김새가 새우와 게를 닮아 정고전의 『현산어보』같은 문헌에는 석게(돌게)라고 기록돼 있다. 우리나라와 만주 서남부에서만 석식하고 있어 가위 「한국의 어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가재는 익혀 식용으로 먹기도 하지만 말려 가루는 내면 열내리는 약으로 쓰인다. 그러나 폐디스토마의 중간숙주이므로 가급적 입에 대지 않는게 좋다.
주로 강상류나 계곡의 맑은 물속에서 살기 때문에 옛 사람들은 가재를 가리켜 「청류액」이라 부르기도 했다. 그래서 지금도 가재의 서식여부에 따라 물의 오염도를 측정하곤 한다.
그 가재가 서울근교 계곡에 다시 모습을 나타낸 것은 지난 90년말부터 입산취사금지,산쓰레기 되가져오기 운동을 꾸준하게 벌인 결과 계곡물이 눈에 띄게 맑아졌기 때문이다.
우리의 환경을 우리손으로 지키려는 많은 사람들의 열의와 호응이 없었다면 그같은 성과가 단시일에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많은 사람들의 선의를 배반한 사건이 엊그제 한강에서 일어났다. 당산 철교 교각아래 강물에서 물고기들이 오염으로 떼죽음을 한 것이다. 한강공원 관리사업소측은 서울지하철공사가 당산 철교 도색작업을 시작하면서 그런 현상이 나타났다고 하고,지하철공사측은 그 일대의 골재채취작업 과정에서 강바닥의 폐기물 등이 파헤쳐져 그렇다고 주장한다.
어느쪽이든 한강으로 흘러드는 계곡의 물은 맑아져 가재가 뛰노는데,그 아래 강물의 물고기가 떼죽음을 했다면 우리의 환경보호운동은 아직도 갈 길이 아득하다는 느낌이 든다.<손기상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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