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신국방법 채택의미/“경제개혁 장애” 군 규모 대폭감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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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의회의 군인사권 강화로 옐친 견제/모병제·군개편 불가피 보수파 반발
러시아 최고회의(의회)에서 26일 최종채택된 신국방법은 두가지 측면에서 관심을 끌고있다.
첫째는 그동안 숱한 논쟁을 불러왔던 평화시 러시아군의 규모와 조직이 최종 확정되었다는 것이며 둘째는 러시아군 인사권이 상당부분 의회의 영향력하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25일의 2차독회에서도 결정을 보지못해 26일 저녁 회의에서 최종결정된 신국방법에 대한 행정부 일각과 보수주의자들은 즉각 「유감」의 뜻을 표시하고 있으나 대체적인 분위기는 신국방법의 현상황에서의 최선책이라는데 의견이 일치를 보이고 있다.
신국방법이 의회에서 수정되고 있던 25일과 26일 파벨 그라초프 러시아 국방장관이 성명을 통해 『러시아군은 대내외의 어떠한 도발에 대해서도 효과적인 대응과 응징을 할 수 있는 규모와 장비 등을 구비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듯 군과 보수파,행정부의 일각은 러시아군의 규모나 장비가 지나치게 제한되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특히 러시아 의회내 애국주의동맹 등 보수파들은 보리스 타라소프장군 등을 중심으로 러시아군 규모의 삭감에 대해 수정안을 내는 등 집요한 반대를 표명해왔다.
그러나 의회내 산업동맹파를 비롯한 개혁그룹과 루슬란 하스블라토프를 비롯한 집행의장단은 ▲군의 규모가 러시아 경제개혁에 지장을 주어서는 안될 정도로 축소되어야 하며 ▲이번기회를 통해 군조직과 인사에 의회가 합법적으로 간섭할 수 있는 조항을 포함시키려는 복안을 갖고있었다.
이에 따라 26일의 최종안은 ▲군의 규모에 있어서는 보수파들의 반발을 무시한채 1백50만명 규모를 초과할 수 없다(인구의 1%)고 못박았고 ▲조직과 인사에 대해서는 의회내 옐친 지지파들의 반발을 무력화시킨채 의회의 합법적 권리를 확보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따라서 러시아군은 이번 신국방법에 따라 현재 2백50만명 규모인 군규모를 1백50만명 수준으로 줄여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군조직 구성을 모병제로 전환시키는 작업을 당장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또한 최근 옐친대통령과 부시대통령이 추가로 합의한 핵전력 감축계획을 살리면서도 러시아군의 전략적 취약성을 초래하지 않는 조직개편을 달성해야 하게됐다.
이럴경우 가장 핵심적인 사항은 전략·전술핵무기의 관리 및 통제권이다.
러시아군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재래전력의 삭감을 효과적으로 상쇄시킬 수 있는 길은 러시아군이 독립국가연합(CIS) 전략군이 단독관할 하고 있는 핵무기에 관한 통제권을 최소한 공동보유 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하고 있다.
따라서 신국방법이 발효되면 러시아군은 대대적인 병력삭감과 조직 및 인사개편에 직면하게 된다. 이 경우 퇴역군인을 비롯한 군 전체의 사기와 사후보장책 등이 효과적으로 마련되지 않을 경우 군의 동요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블라디미르 지리노프스키 러시아 민주당 당수 등 극우 모험주의 세력들은 러시아의 영광을 재현시키기 위해서는 군이 강력한 힘을 기반으로 구국의 결단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계속 주장하고 있다. 이들의 호소는 최근 몰도바사태 등을 겪으면서 심정적인 동조를 얻고있다.
따라서 러시아 최고재판소가 27일 군부의 정치개입을 우려하는 정치권의 무능에 의한 국가붕괴 경고가 군부에 대한 경고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신국방법은 옐친의 대통령군 통수권을 대폭 억제하고 있어 최고회의,옐친,군부의 3각관계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의 러시아정국 향방을 결정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모스크바=김석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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