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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계로 마무리팀… 대선 채비/“개각에 담긴 노 대통령의 뜻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누수 방지위해 강성으로 포진/막판 측근챙기기 배려도 작용
6·25개각은 노태우대통령의 집권 마무리와 대통령선거를 위한 특수임무팀을 구성한 것이 두드러진 특징이다.
그같은 목적을 위해선 철저히 노 직계와 비교적 장악력이 강한 인물을 중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통일부총리에 기용된 최영철정치특보를 비롯,이연택노동장관은 행정수석,한영석법제처장은 민정수성,이상배서울시장은 행정수석 출신임이 이를 뒷받침한다.
총무처장관에 임명된 이문석 전 1군사령관 역시 군부의 대표적인 노 대통령 인맥인 9사단출신의 핵심이고 정치특보로 재등용된 서동권 전 안기부장은 사실상 6공최장수 안기부장 출신으로 노 정권의 버팀목중 한명이었다.
이렇게 볼때 철저히 노 인맥이 정권마무리됨으로써 재합류한 셈이다. 충성도보다 전문성이 참작된듯한 인사는 이재창환경처장관 한명정도라고 할 수 있으며 이 장관은 경기지사 이전에 이미 환경청장을 지낸 바 있다.
청와대측은 이같은 개편결과에 대해 노 대통령의 임기가 8개월 남은 상황에서 노 대통령을 잘아는 경험있는 인사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최병렬노동장관의 14대국회 진출을 계기로 단행된 이번 개편은 경제부처를 일절 손대지않은 점이 또한 특징이다. 여기에는 현재의 경제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노 대통령의 의지가 함축돼있다.
정치적으로 볼때 이번 개편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서동권 전 안기부장의 정치특보기용이다. 노 대통령이 정해창비서실장을 신임함으로 총체적 보좌는 정 실장 중심으로 이루어지겠지만 향후 정권의 최대과제인 김영삼대통령만들기의 청와대측 지휘탑은 서 특보가 맡게 될 것으로 보이며,특히 그가 YS대통령후보만들기 과정에서 안기부장을 지냈다는 점에서 이상연안기부장과의 협조관계가 주목된다.
신임 서 특보가 전임자(최영철)와는 다른 행동반경을 가질 경우 청와대·안기부·민자당으로 힘의 구심이 3원화될 수 있다. 그러나 서 특보의 임명을 요청한 측이 김영삼대표라는 점에서 그의 활동은 대통령선거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 대통령은 당초 임기만료되는 김영준감사원장 후임에 정해창비서실장을 내보내고 서 전부장을 후임비서실장으로 기용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그럴 경우 이상연부장과의 조화문제가 우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 전부장은 이미 YS를 대통령후보로 옹립하는 과정에서 YS와 깊은 교감과 신뢰를 축적해 왔다.
서 특보는 최근 다소 불만스러워하는 TK세력의 구심역할 및 구여권과 야권의 창구역도 겸할 것으로 보인다.
이해원서울시장은 조직의 장악력에 문제가 있다는 당쪽의 불만이 크게 작용해 대선용으로 부적격하다는 판단에 따라 경질됐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후임은 내무행정경험이 풍부하고 대가 센 이상배총무처장관이 기용됐다는 것인데 노 대통령은 수도권의 중요성을 절감,한때 최병렬노동장관을 서울시장에 기용하는 방안에 크게 집착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개편의 폭이 예상보다 다소 커진 것은 노 대통령의 막판 직계 챙기기가 크게 작용한 점을 부인할 수 없으며 이점은 노 대통령의 인사정책상 취약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이연택노동장관은 지난 총선에 낙선을 각오하고 지역구에 출마한 용기와 충성심이 평가됐으며 앞서 기용된 강현욱농림수산부장관과 더불어 호남출신배려 케이스로 볼 수 있다.
한영석법제처장은 노 대통령밑에서 수석비서관을 지낸 사람중 유일하게 장관이나 의원을 못한 점이 고려됐으며,특히 청와대 민정수석시절 당시의 슈퍼맨 박철언의원과 마찰로 인한 불이익에 뒤늦게 보상을 받은 케이스다.
한편 정해창비서실장의 유임연장선상에서 연임돼 국회의 임명동의를 기다리고 있는 김영준감사원장은 임기 4년의 감사원장직에 연임되지만 내년 6월 연령정년을 맞게돼 감사원장은 다음 대통령이 자기사람을 고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김현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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