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정권의 불변성」/마중가교수 자유총련 세미나 발표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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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 「적화통일」포기” 근거없다/합의서는 음모실현 위한 양동작전 불과/변화 확인없이 경원땐 체제강화 우려
남북기본합의서가 채택되면서 북한의 의도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 큰 관심의 대상이었다. 합의서 채택직후에는 북한의 변화가능성에 기대를 걸었지만 채택 6개월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반대로 북한의 시간벌기전략에 말려들고 있다는 견해들이 늘고 있다. 북한의 의도를 어떻게 봐야할 것인지 길림성출신 중국인 마중가교수(한림대·중국정치)가 22일 한국자유총연맹 주최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합의서 이후의 북한태도 분석」세미나에서 발표한 「북한정권의 불변성」이라는 주제를 요약,소개한다.<편집자주>
1972년 7·4공동성명이 남한에서 충격을 일으키고 있는 그 시간에 북한은 총력을 집중시켜 남침땅굴을 굴진시켰다.
그때의 김­김정권이 20년이 지난 지금 그같은 전근대적 발상에서 탈피했으리라고 판단하는 근거는 찾기 힘들다.
북한처럼 대중운동과 슬로건이 많은 나라도 없다. 항상 각종 구호속에서 사는 주민들이라 그들은 점점 구호없이는 말을 못하는 사람으로 변화되어 가고 있다.
이 슬로건 가운데 한개의 신화와 두개의 황설,즉 「3대지주」가 북한을 지탱해주고 있다.
한개의 신화는 「수령님은 5천년 인류사회가 맞이한 인류구성이시고 당중앙(김정일)은 백두산에 광명성이 하범한 것」이라는 것이다.
두개의 황설은 「공화국이 지상낙원」이라는 허망한 믿음과 「남조선 해방」이다.
이런 신화와 황설을 제멋대로 조립해놓은 것이 이른바 주체사상이니,우리식 사회주의니 하는 것들이다.
이것은 도화선이 연결된 세개의 시한폭탄이다.
북한주민이 너무 배가 고프게 되면 「지상낙원」이라는 황설에 회의를 느끼게 될 것이다.
「남조선해방」에 동요가 생기거나 포기하든가 하는 상태가 되면 노동당이 해체되어야 하고 다음으로 북한정권이 무너지게 된다.
북한은 남조선해방의 포기를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
노동당의 1단계 혁명과업은 남한에 과도기적 친김일성정권을 성립하고 최종적으로 그 정권을 김­김정권이 흡수하는 것이다.
북한이 간혹 그들이 철저히 매도하는 미 제국주의자들과 일본군국주의자들,그리고 반동이라는 종교계의 거두 등에 친절과 호의를 베푸는 기상천외한 행동을 할 때가 있다.
이는 이 세상 어떤 정치세력도 남한정권 일변도로 행동하지 않으면 모두 우군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이런 판이라 김일성과 김정일의 언과 행을 진지한 정치집단이나 책임성있는 인격체의 언과 행처럼 연구하고 분석하면 이번 합의서의 경우처럼 웃지못할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합의서가 채택된 뒤 벌어진 사실을 보라.
합의서가 채택된 뒤인 92년 1월 북한의 대남비방은 1천3백88건으로 채택이전의 11월 1천2백39건보다 12%나 증가했다.
또 최근 북한을 다녀온 중국·미국거주 교포들에 의하면 지난 몇달동안 북한에서는 김정일의 지시에 의해 합의서 믿지말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볼때 합의서채택은 당의 강령실현과 관련되는 다른 음모를 실현하기 위한 철두철미한 양동작전에 불과한 것이다.
유리하면 준수하고 불리하면 폐문화하며 남조선 해방실현을 위해 「필요하면 담판하고,불필요하면 뒤집어라」는 모택동식 「철면피 설전기」에 진입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북한의 변화를 측량할 수 있는 몇개의 변수가 있다.
▲노동당규약과 헌법에서 한국적대조항을 삭제하고 ▲6·25남침과 대남테러에 대한 시인·사과를 하며 ▲북한언론에 한국정부나 위정자에 대한 중성적 혹은 긍정적인 기사가 실리고 ▲남한 반정부단체의 활동에 어떤 지지도 표명않을 뿐 아니라 ▲남북자유교류를 허용하는가 여부 등이다.
어느 한 항목이라도 실현된다면 북한에 변화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북한의 변화는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 것인가.
소련·중국이 보여주듯 공산당독재 사회주의 국가들의 개혁·개방은 빈사상태의 국가와 당·군의 멸망전야에 부득불 취해지는 구망형의 변화다.
따라서 빈사의 경제상태에 놓여있는 공산독재국가를 정치적인 선결조건없이 경제적으로 도와주면 그 독재국가는 개혁·개방도 하지 않은채 재기할 수 있다. 북한을 도와주면 그런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김­김정권을 그냥 두고 도와주는 것보다 하루빨리 그 정권이 무너진 다음 북한을 대한민국의 한 특별행정구로 지정하여 발전시키는 편이 더 좋을 것이다.
소련의 멸망을 예견했던 브레진스키 전 미백악관 외교안보보좌관은 북한이 더이상 경제·사회적 개혁을 추진할 수 없는 상태에 와있다고 말했다.
오직 붕괴와 멸망뿐이라는 것이다.
공연히 도와줘 힘을 기르게 해 역으로 당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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