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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선과 비슷해 주목받는 프랑스 대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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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좌우 이념과 남녀 성 대결로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던 프랑스 대통령선거가 니콜라 사르코지의 낙승으로 다소 싱겁게 끝났다. 정치 전문가들은 좌파.여성 후보를 낸 사회당이 수 싸움에서 졌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번 프랑스 대선은 올 12월 있을 한국 대선의 양상과 여러 가지 점에서 비슷해 주목된다. 경선을 둘러싼 신경전과 합종연횡의 물밑 작업 등에서 모두 그렇다.

◆ 경선부터 예고된 승패=지난해 11월 사회당 경선이 끝난 직후 사회당 지지자들은 한숨을 쉬었다. 후보로 뽑힌 세골렌 루아얄이 너무 일찍부터 상처를 입었던 것이다. 베테랑 정치인인 로랑 파비우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과 3파전을 벌이는 동안 햇병아리 루아얄은 이리저리 치였다. 두 노장은 루아얄에 비해 대중적인 인기가 현저히 떨어지는 점을 의식, 그의 약점을 파고드는 데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공직 경험 부족, 외교 문제 취약 등 루아얄의 단점이 연일 신문을 도배했다.

반면 사르코지는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후보가 됐다. 경쟁자였던 미셸 알리오 마리 국방장관 등이 모두 출마를 포기했기 때문이었다. 사르코지를 위한 축제의 장이 됐다. 경선 시점도 사회당에 불리했다. 사르코지가 1월 대선 후보로 뽑힌 뒤 루아얄은 단 한 차례도 사르코지를 이기지 못했다. 루아얄의 지지도는 늘 20% 중반에 머물렀다. 경선을 늦춰 붐을 조성했더라면 양상은 달랐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 선택과 집중=사르코지는 이번 선거의 키워드를 경제로 봤다. 1%대 저성장으로는 먹고살 수 없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유권자의 마음을 잘 읽고 집중 공략한 것이다. 특히 주 35시간 노동제 도입의 폐해를 파고들었다. 35시간은 사회당의 상징적 정책이다. 루아얄 역시 경제를 중시했지만 성장도 하면서 분배도 하자는 식이었다. 공공 부채 문제를 지적하면서 사르코지가 공무원 수를 줄이자고 하면 반대했다. 35시간도 '너무 경직돼 있다'고 말하면서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유권자들은 헷갈렸다.

◆ 섣부른 손잡기= 좌파 연대는 루아얄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좌파의 스펙트럼이 너무 넓었기 때문이다. 당장 시장경제의 문을 닫자는 극좌파가 지지 선언을 하자 쾌재를 부른 쪽은 사르코지였다. '루아얄은 표를 얻기 위해 극좌파의 볼모가 됐다'는 카피가 곳곳에 내걸렸다. 이들은 애초에 중도 좌파인 루아얄과 한 배를 탈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사르코지는 어설픈 연대 대신 정체성을 선택했다. 극우파인 장마리 르펜의 표가 탐났지만 그와 손잡았을 경우의 득실을 따진 뒤 거리를 유지했다. 결선에서 르펜 표는 70% 가까이 사르코지에게 몰렸다. 자존심을 세우고 실속도 챙긴 셈이다.

◆ 팀워크의 차이=경선을 거쳐 뽑힌 루아얄이었지만 사회당 내 중진들은 그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후보가 된 뒤에도 정책을 놓고 루아얄 흔들기가 계속됐다. 1차 투표 직전 바이루와의 연대를 공개 제안한 것도 루아얄과 합의도 안 된 채 언론에 먼저 나버렸다. 이런 식으로는 1차 통과도 어렵다는 말까지 실렸다.

반면 사르코지 캠프의 팀워크는 탄탄했다. 현직 장관들까지 나서서 그를 지원했다. 외부의 비판도 있었다. 그러나 그럴수록 당내 결속은 더 커졌다.

파리=전진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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