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함 남긴 「화합의 떡잔치」(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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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19일 오후 4시 서울 흑석동 중앙대 민주광장에서는 「교수·학생 화합의 떡잔치」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7개월여간 농성과 점거 등 학내분규의 격랑을 겪어온 중앙대가 그간 학생과 교수 사이에 쌓인 앙금을 씻고자 총학생회측이 떡과 막걸리를 준비해 마련된 자리. 그러나 어색한 분위기에서 의례적인 수사와 박수만 반복돼 끝내 씁쓸한 뒷맛이었다.
『불신과 투쟁의 자리에 화해와 사랑이 들어서야할 때입니다.』
지난달말 학내분규에 책임을 지고 하경근총장 등 보직교수 전원이 사퇴한뒤 추대된 김민하총장직무대행은 박수로 호응하는 일부 학생들에게 만족스런 웃음을 보내며 건배를 외쳤다.
하지만 잔디 곳곳에 모여앉은 많은 학생들의 얼굴 표정은 굳어있었고 이는 따가운 초여름 햇살때문만은 아닌 듯했다.
지난해 3월 교육부가 이 대학 이공계 교육여건평가에서 C급판정을 내린 이후 학교발전을 요구하며 봇물처럼 터져나온 학생들의 재단과 학교측에 대한 불만은 총장불신임투표·총장실폐쇄 등 유례없는 강경투쟁으로 치달았다. 여기에 맞서 학교측 역시 주동학생들에 대해 중징계로 맞불을 놓음으로써 학교측과 학생들은 「마주보고 달려오는 기차」의 양상을 연출했었다. 그러나 지난달말 학교측이 중징계를 철회하고 김 총장직무대행을 임명함에 따라 일단 발등의 불은 끈 셈.
『교수와 학생이 서로 얼싸안고 막걸리를 마시며 믿고 신뢰하기를 바랍니다.』
김 총장직무대행과 강근호총동창회장의 거듭된 희망과 당부. 그러나 학생들의 반응은 달라 대학원학생회장 권혁민씨(28·법학)는 『7월 중순께 김희수재단이사장의 비리를 조사할 위원회를 구성할 생각』이라고 했다.
마신 술로 얼굴이 상기된 학생들이 돌아갈 무렵 이 어색한 잔치가 남겨놓은 것은 떡부스러기와 빈 막걸리병 뿐인 것처럼 보였다.<하철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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