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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어린이 주의력 결핍|남광현(순천향대의대 외래교수·신경정신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30대 어머니가 국민학교 2년생 아들과 함께 병원에 왔다.
진찰실에 들어온 아이는 의사를 한번 쳐다본 후 왔다갔다하며 이것저것 만져보다가 복도로 나가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말을 나누려 해도 몇 마디 듣다가 곧 두리번거리므로 대화가 되지 않았다.
실내의 물건들을 들고 와서『이건 뭐야』『저것은 무엇에 쓰는거야』하며 자기의 언행만을 계속했다.
일견해 주의력 집중이 거의 안됐으며 과다운동(hyperkinetic)증세를 보이고 있었다.
그 어린이는 특별한 병을 앓은 적이나 머리를 다친 적이 없었으며 어려서부터 이런 증세를 보이면서 성장했다는 것이다. 부모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고 주의력이 산만하며 하던 것을 마무리짓지도 않고 다른 일을 하는 등 가만히 있지 못하고 계속 설쳐댄다는 것이다. 학교 선생님으로부터도 아이를 컨트롤해 교육시키기 어렵다는 연락을 수차례 받았다고 했다.
「주의력 결핍장애」는 어려서 뇌손상·뇌성마비·전간증 등을 앓아 그 후유증으로 오는 경우도 있으나 대개 이런 병력이 없이 그냥 오는 것이 통례다.
또 이 어린이와 같이「과다운동증세」를 동반하는 수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다. 동반하지 않는 경우에는 지나치게 움직이는 증세는 없으나 학업성적에 지장을 주게 된다.
과다운동의 원인으로는 뇌기능상의 미세한 장애, 뇌의 구조적 이상(?), 중추신경계의 감성기전에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설명되고있다. 발생빈도는 남아에게 훨씬 많으며 가벼운 과다운동증세는 행동장애의 일종일수도 있다.
이 어린이는 검사상 특이한 이상소견은 없었으며 투약을 시작해 용량을 조절하면서 2주 가량 지나니 증세가 좋아지기 시작했고 5주쯤 후에는 크게 호전됐다.
치료제로는 중추신경자극제인 메틸페니데이트가 흔히 쓰이며 페몰린을 사용하기도 한다. 어린이의 행동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부모와 형제·학교선생님에게 증세 및 원인을 설명해주고 상담하며 밀접한 상호협조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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