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핵 추가제재 위한 포석/미­러시아 정상회담 의제채택 의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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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의혹 안풀리면 유엔으로 넘겨/공동성명에 「합의」 포함시킬듯
부시 대통령과 옐친러시아대통령간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키 위한 방안이 정식의제에 포함돼 논의된다.
제임스 베이커 미 국무장관은 15일 미­러시아간의 전략핵무기 추가감축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핵확산방지를 위해 북한의 핵문제를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끝낸 직후라는 시점에 미­러시아 정상이 북한의 핵문제를 놓고 논의하게 된다는 점에서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 북한핵을 의제로 포함시키자는 교섭은 몇개월전부터 한국,미국,러시아 3국간에 진행돼온 것으로 알려졌다.
의제를 선정할때는 북한이 IAEA사찰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불투명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핵확산을 막기위해 두 강대국인 양국이 이를 의제에 넣는다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IAEA의 사찰이 끝나 보고서가 작성된 마당에 미국과 러시아가 북한핵을 거론한다는 것은 IAEA 사찰결과에 미국이 만족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가 포함돼 있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 김일성을 필두로 모든 정책관련자들이 『핵무기를 가질 필요도 없고 의사도 없으며 능력도 없다』는 주장을 펴왔으나 이번 사찰결과 북한이 분명하게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고,따라서 북한을 의심했던 서방측의 정보가 적중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북한은 핵시설이 평화적인 목적으로 사용키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사찰 결과 평화적인 목적과는 관계없는 플루토늄을 생산했다. 따라서 북한이 플루토늄을 얼마만큼 확보하고 있는지 검증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IAEA 사찰결과는 북한이 지금까지 한국·미국을 포함,서방세계를 속여 왔으며 앞으로 이러한 북한에 대한 의심이 완전히 해소 될때까지 북한에 대한 압력은 계속돼야 한다는 입장인 것이다.
두 강대국이 이 의제를 토의하는 이유는 북한에 대한 다음 단계의 제재를 고려한 포석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즉,북한이 계속 핵의혹을 완전하게 해소하지 않을 경우 이 문제를 유엔 등으로 이관시킬 수 밖에 없으며 이 경우에 대비,양국이 어떤 원칙에 합의를 해놓을 필요가 있다는 인식인 것이다.
물론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대해 경제제재를 가하자는 등의 얘기가 나오지는 않겠지만 북한이 핵무기를 갖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합의는 나올 수 있으며 이러한 원칙을 토대로 경제제재 등 유엔의 결의를 추구해 나간다는 생각인 것이다.
미­러시아는 양국 공동성명에 북한의 핵확산금지규정 준수촉구와 남북한간 상호사찰수용 등에 관한 합의를 포함시킬 것으로 알려졌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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