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경기도 '세금 걷기'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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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개포주공 아파트 단지 인근의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요즘 한숨만 푹푹 내쉬고 있다. 지난해 1~4단지 1만2000가구에서 하루 평균 15건꼴로 거래가 성사됐지만 올 들어서는 일주일에 한 건 거래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일대의 부동산 중개업소는 100여 곳. 개포공인 채은희 사장은 "5개월째 한 건도 거래를 중개하지 못한 업소가 수두룩하다. 일부 중개업소는 장사가 되지 않아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지역에서 부동산 거래가 이처럼 급격히 줄면서 취득.등록세 등 거래세가 덜 걷혀 지방자치단체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런 부동산 거래 급감이 계속되면 지방 재정이 부실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의 주 수입원은 부동산을 살 때 내는 취득세.등록세 등의 거래세다. 서울시와 경기도의 전체 세입에서 부동산 거래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40%와 68% 정도다.

7일 서울시에 따르면 부동산 거래세 수입은 올 1월 4429억원에서 3월엔 2847억원으로 내려앉았다. 이는 시 전체의 부동산 거래 건수가 지난해 11, 12월 4만9000건 안팎에서 올 3월 2만6030건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올 3월의 부동산 거래 건수를 지난해 3월과 비교해도 31%(1만2058건)가량 줄어든 것이다.

경기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경기도의 거래세 수입은 올 1월 4240억원에서 3월엔 3354억원으로 줄었다. 지난해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던 과천시.일산 등에서 부동산 거래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원래부터 올해 부동산 시장이 침체할 것으로 예상해 거래세 세입 규모를 지난해보다 낮춰 잡았다. 지난해 4조351억원을 거래세로 거둔 서울시는 올해 거래세 세입 목표액을 3조2551억원으로 낮췄다. 하지만 1분기에 예상치보다 세입 실적이 더 떨어지면서 비상이 걸렸다. 서울시는 이런 추세라면 거래세로 걷을 돈이 올해 목표치를 훨씬 밑돌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거래세가 줄면 정부가 부족액 일부를 메워 주기로 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가 오래 가 부족액이 커지면 정부가 메워주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지방교부세법이 개정돼 서울시에서 거래세로 걷은 세금이 3조5000억원 이하면 그 부족액 일부를 정부가 국세인 종합부동산세로 메워주도록 돼 있다. 재정경제부는 올해 2조8000억원 정도의 종부세가 걷힐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경기도 등은 일단 4, 5월 부동산 거래 동향을 지켜본 뒤 거래세 감소가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체납세 징수 등을 강화할 방침이다.

신준봉 기자, 수원=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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