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회담서 만난 최열 공추련회장(일요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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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녹색지구」 성과는 미흡/선진국 「공해세계」 역사적 책임/“환경단체는 반정부” 인식바꿔야
세계 1백75개국 정상과 정부대표들이 참석,인류 최초로 인간의 생존기반인 지구의 건강문제를 논의하는 유엔환경개발회의(지구환경정상회담·3∼14일)는 세계의 비정부기구(NGO) 대표들도 대거 참석,병든 지구를 걱정하는 각종 행사를 열어 유엔회의에 압력을 넣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세계 1천8백개 환경단체가 참여,유엔회의가 열리는 리우센트로에서 50㎞ 떨어진 플라멩코공원에서 「지구포럼」이란 행사를 독자적으로 펴고 있는데 이 회의에는 한국에서 최열씨(공해추방운동연합의장) 등 60여명의 대표가 참석하고 있다.
빡빡한 일정으로 눈코뜰새 없이 바쁜 최 의장을 만나 이번 유엔환경회의에 대한 종합평가,NGO의 역할,그리고 이 회의에서 느낀 한국공해문제 해결방안 등을 들어본다.
­민간환경보호주의자로서 이번 유엔회담 결과를 어떻게 평가합니까.
▲병든 지구를 걱정하는 인류 최초의 회담이란 점에서 많은 기대가 있었으나 구체적 성과가 적고 만족할 수준이 못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번 회의는 인류가 지구환경을 방치할 수 없다는 점,현세대가 후손들에게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지구를 물려주어야 한다는 점,환경문제 해결이 지역·국가단위가 아니고 국제적 차원에서 생각되고 실천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확산시켰다는 점에서 성과가 컸습니다. 따라서 원론적 성과가 있었던 반면 구체적 성과는 적었습니다.
­성과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개도국에 대한 선진국들의 재정지원 약속이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인 것 같은데….
▲개도국의 빈곤문제가 해결안된 상태에서 그들에게 환경얘기하는 것은 모순입니다. 선진국들이 정말 환경문제에 관심이 있다면 환경오염의 역사적 책임문제를 떠나 개도국에 환경비를 지원해야 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선진국들은 자신들이 파괴한 환경을 회복시키기 위해 후진국들에 개발을 유보하라는 억지밖에 안됩니다.
­선진국들도 재정이나 국내경제 문제 등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재원 염출 등도 문제고.
▲그 문제도 이해가 되지만 선진국들은 환경파괴라는 역사적 책임을 느껴야 됩니다.
­이번 회의에서 NGO의 활동과 성과는.
▲세계 1천8백개 환경단체 관계자가 참여,2백50가지 이슈를 놓고 세미나·전시회 등을 열어 환경단체들간의 국제연대를 강화했고 정부간 공식회의에서 국가이익때문에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에 대해 민간차원의 협약을 만든 것입니다.
이 협약은 구속력은 없지만 앞으로 각국에서 환경주의자들의 행동지침이 되고 결국 각 정부들이 채택할 수 밖에 없게 될 것입니다.
이번 회의에서 가장 큰 성과는 환경보호가 논리나 사변적인 것으론 안되고 생활화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민간대표들은 무슨 활동을 했는지.
▲60여명이 「지구포럼」의 모든 행사에 참여했고 한국의 환경문제·상황을 알리는 여러 프로그램을 마련했습니다.
한국문제만을 다루는 세미나도 열었는데 많은 나라 대표들이 한국을 새로운 경제발전의 모델로 생각해 왔다가 그에 따른 환경문제를 알고 놀라워했습니다.
한국의 예는 경제개발이 특히 환경과 관련해 결코 쉽지 않음을 많은 개도국 대표들에게 인식시켜 준 것 같습니다.
한국대표들은 그날 세미나가 끝난후 아시아지역이 환경을 오염시킨 다른 선진국들의 전철을 밟지 않게 하기 위한 「아시아 지역 환경보호 네트워크」 창설을 제안,내년 봄 서울에서 1차회의를 갖기로 했습니다.
­이번 회의에서 보면 다른 나라 정부들은 정부대표·민간대표들이 정보교환 등 상호 지원체제를 가동했는데 우리는 그런 것이 보이지 않던데….
▲이는 환경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무관심 때문입니다. 일본·유럽·대만·북구 국가들은 정부대표·민간대표들이 유기적 관계를 갖고 움직였고 많은 나라는 정도는 다르지만 서로 협력관계를 유지했습니다.
특히 일본은 정부·기업이 NGO를 일본판으로 만들려고 일본 민간대표들과 노력했습니다.
한국 민간대표들은 한국 정부 대표로부터 접촉이나 어떤 초청도 받은바 없지만 대만 등 여러 정부의 리셉션 등에 초대받아 그들의 환경문제를 듣는 등 의견교환을 했습니다.
이는 우리 정부가 아직도 환경단체를 반정부단체,또는 정부에 이롭지 못한 단체로 인식해온데서 비롯되고 있는지 모릅니다.
국내에선 80년대 후반부터 생긴 환경단체들이 반정부단체로 감시·탄압을 받았으나 지금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러나 활동에 대한 인식이나 지원,정보제공 등은 여전히 부족합니다.
­이 회의에 참석한뒤 앞으로 한국의 환경보호운동은 어느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한다고 느꼈는지.
▲우선 정부나 국민 모두 환경에 대한 투자·관심이 장기적으로 볼때 경제적이라는 철학으로 무장되어야 합니다.
이번 지구환경회의와 함께 상파울루에선 대규모 환경 기술박람회가 열려 각종 무공해 산업·기술이 전시되었는데 우리기업이 전시한 시설은 하나도 없었고 이를 관람하는 기업은 삼성·럭키·한국화약정도였습니다. 환경문제로 이제 산업기술은 첨단에서 무공해산업으로 변해가고 있음을 이 박람회가 잘 증명해 주었습니다.
­최 의장이 운영하는 공해연구소나 다른 환경단체들은 앞으로 국내 환경운동을 어떻게 발전시킬 계획인지.
▲우선 지금까지 해온 반대운동 중심에서 정책대안 제시활동으로 변해야 합니다. 그리고 환경보호운동은 국민 개개인의 큰 것,새로운 것,편한 것(1회용) 등을 선호하는 삶의 방식을 바꾸는 생활철학을 확산하는데 주력할 계획입니다. 「리우선언」이 규정하고 있지만 환경관계정보 공개제가 도입되도록 노력하겠어요. 생명에 관계되는 환경정보 공개는 정부의 의무입니다.
상수도가 오염되면 미국 등 선진국은 즉각 정부가 이를 주민들에게 알리도록 돼 있으나 우리는 알리는 관리가 처벌받게 돼있습니다.
­그같은 활동을 위해선 전문 인력과 재정 뒷받침도 필요할텐데.
▲교수·변호사 등 관계전문가들의 참여가 계속 늘고 있고 각 단체의 재정기반을 위해 현재 15개의 각종 환경단체를 네트워크로 묶어 「전국환경연합회」를 박족시키고 회원증가노력을 벌일 계획입니다.<리우데자네이루=박준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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