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행원 승진 사실상 봉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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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해 7월 노동부의 여행원제도 폐지 발표이후 국책은행 및 시중은행들이 공동으로 내놓은 「여 행원 인사관리 제도개편안」은 일본의 신인사제도를 모방한 것으로 성차별과 학력차별을 제도적으로 정당화시킨 것입니다.』
13일 오후3시 서울 종로성당에서는 한국여성민우회(회장 한명희)주최로 여성계·여 행원·법조계인사 등이 모여 은행들이 올1월부터 실시키로 했다가 노조의 반발로 유보되고 있는 「여 행원 인사관리 제도개편안」의 문제와 대책에 대한 공개토론회가 열렸다.
이 개편안 내용의 골자는 일종의 직종별 코스제도로 모든 노동자가 종합직이나 일반직 중 자신이 원하는 직급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종합직은 최고경영직까지 승진 가능한 기획업무직이나 원격지 전근을 감수해야 한다. 일반직은 일상사무직으로 영업점 내 중간감독직(대리)까지 승진할 수 있는 반면 격지전근은 없다.
이날 첫 번째 발제자로 나온 조순경 교수(이화여대·여성학)는 『이 제도는 전근가능성을 축으로 승진에 차별을 두는 것이 특징』이라며 『우리사회가 아직도 여성의 거주지 이동에 대해 폐쇄적인 사고가 지배적인 만큼 여성에게 일반직 선택을 강요하는 상황으로 몰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여행원제도하에서는 그나마 여 행원에게 중견행원 전직시험 기회가 부여돼 여 행원도 책임자 승진기회가 주어졌으나, 개편안에서는 필연적으로 여성이 대부분이 될 일반직의 승진기회를 봉쇄, 남녀고용평등법의 취지를 살린 것이 아니라 교묘히 피해가고 있습니다.』
은행노조 대표로 참석한 중소기업은행 노조 박정섭 부위원장은 이 제도가 ▲남녀차별에 대한 대안제시가 없고 ▲종합직·일반직에 대한 직무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결정되었고 ▲일반직과 종합직이 수직관계로 신분상 고착화를 가져오기 때문에 계속 거부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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