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북한에 대선 눈도장 찍으러 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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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북한 방문을 마친 열린우리당 의원단이 어제 '성과'라고 밝힌 내용을 보면 어처구니가 없다. 임진강.한강 하구 개발, 함남 단천지구 광물 공동개발은 이미 남북 당국 간에 논의돼 온 사안이다. 해주시 주변에 중공업단지 조성 등의 '신(新)황해권 경제특구'는 실현성이 떨어진다. 남북 당국이 전력투구하는 개성공단의 개발도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현실 차원에서다. '북한이 북.미 수교에 의지가 있다'는 얘기도 구문에 불과하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북한에 갔는지 알 수 없다.

열린우리당 방북단(訪北團)의 단장은 당내에서 대선 후보로 간주되는 김혁규 의원이 맡았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본다. 명색이 대선 후보라면 그에 걸맞은 처신과 역량을 보여주어야 한다. 북한 방문도 마찬가지다. 남북관계를 한 차원 높게 진전시킬 수 있는 알맹이 있는 합의를 할 수 있다면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그러나 결과가 무엇인가. 이미 거론되고 있거나, 성사 가능성이 거의 없는 안건들을 백화점식으로 늘어놓고 '성과'라고 포장하고 있는 것 아닌가.

최근 범여권에선 대선 주자로 분류되는 인사들의 방북이 줄을 잇고 있다. 이해찬 의원, 김 의원에 이어 이번 주에는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도 북한 방문 대열에 합류할 예정이다. 이들은 겉으로 '남북 경제협력의 중요성' 운운하고 있지만 그 속셈은 뻔히 보인다. 대선을 앞두고 자신을 '평화세력'으로 부각시키기 위한 연출인 것이다. 그러나 북한에 가서 두루뭉술하게 경제협력 얘기나 하고 고위 당국자들과 사진 한번 찍는다고 '평화의 사도'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국민은 이를 꿰뚫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남쪽의 대선 후보들은 장군님을 접견해야 승리할 수 있다고 여기고 있다." 지난해 7월 북한 잡지 '통일신보'에 실린 내용이다. 남측 대선 후보들을 어떻게 봤으면 이런 얘기를 하는지 부끄럽고 기가 막힌 일이다. 그럼에도 아직도 '북한 특수'를 노리겠다면 국민적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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