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침체·도산속출… 경기논쟁 재연/기업의욕 살려야 “회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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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경제주체 「마음가짐」중요/통화확대조치 등 부작용 초래/90년 「활성화」 실패경험 교훈삼아야
대선을 앞두고 다시 경기논쟁이 불붙고 있다.
증시가 계속 가라앉고 재고누적과 자금난을 호소하는 기업이 늘고 있으며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표>에서 보듯 같은 요즘 경제현상을 놓고 이를 진단하는 시각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그에 따른 처방도 정반대로 나오고 있다.<관계기사 7면>
최근의 경기논쟁은 단순히 성장감속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갖가지 현상과 지표들에 대한 감각적인 분석이나 확대해석의 수준에 머물러 있을뿐 정작 중요한 문제의 본질에는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다시 말해 정치권을 비롯,정부·기업·근로자 등 모든 경제주체들이 「경제하려는 마음」의 회복없이 돈을 줄거나 금리를 인위적으로 낮추거나 환율을 올리거나 하는 도식적 처방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 결국 인플레를 몰고 오거나 자금흐름·산업구조를 왜곡시키는 부작용만 낳을 뿐이라는 것이 지난 90년 4·4경기활성화대책의 경험인데도 또다시 대선을 앞두고 경기지표에 대한 현학적인 해석에만 다들 매달려 있는 인상이다.
지난 89년말 이른바 「총체적 위기론」이 등장하며 경기논쟁이 벌어지자 결국 정부는 90년 3·17개각으로 조순경제팀을 이승윤경제팀으로 대체,4·4경기활성화대책을 시행했었다.
그 결과는 90년 1·4분기의 11.2% 고율성장을 시작으로 90년 9.3%,91년 8.4%의 성장속에 대폭의 경상수지적자라는 「거품경제」였었고,제조업의 활력과 수출의 대외경쟁력은 급격히 떨어졌다. 그렇지만 과소비현상속에 일반인들은 「불황」을 신문에서나 읽지 피부로는 실감을 못하고 있다.
도서출판 까치사 대표 박종만씨는 『내 장사가 잘되고 못되고 이전에 평범한 생활인으로서 물가가 뛴다는 것은 실감하고 있으나 심각한 불황이라는 것은 신문에서만 보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강신일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와 재계가 경기를 보는 시각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으나 현재 기업들의 경제마인드가 극히 저상되어 있다는 것은 다들 공감하는 사실』이라고 전제,『정치권은 이같은 사실을 직시해야 하며 정부는 기업활동에 대한 각종 규제를 과감히 완화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한은의 한 임원은 『우리 경제의 문제는 정치권을 비롯한 각 경제주체들의 「인간적인 요소」에 있다는 것이 지난 수년간의 경험』이라고 지적하고 『그같은 「인간적 요소」의 개혁없이는 통화·환율 등의 어떠한 거시적 처방도 효과를 보지 못하고 부작용만 낳을뿐』이라고 말했다.
□요즘 경기를 보는 시각
○구분:어두운 해석
●경제성장:1·4분기 실적 작년 8.7%에서 올해 7.5%로 급감
●무역수지:투자가 냉각되면서 수입수요가 줄어 무역수지 개선(수 출용수입비중 88년 40.7%,91년 30.3%)
●동행지수:90년 5월이후 첫 감소(5월)
●투자:산은 전망 올 제조업 설비투자 증가율 2.2%(중화학 0.9%,경공업 9.1%)로 지난해의 11.6%에 비해 급감
●금융비용 기업수익:91년 매출액중 금융비용 5.7%,경상이익 1.8%(90년 5.1%,2.3%)
●고용:1·4분기 광공업취업자 전년비 2.2% 감소
●기업도산:△올들어 상장사 부도 14개사
△1·4분기중 부도기업은 전년비 25% 늘고 신설기 업은 전년비 13% 감소
△5월중 어음부도율 0.1%로 1년전의 2배
△지난해 부도기업 4,600개
●노사:1인당 부가가치 증가율 88년 21.1%,89년 19. 4%,90년 18.6%,91년 16.9%
●건설:1∼4월 건축허가 면적 전년비 22.2% 급감
●부동산:건물임대 안나가고 부동산값 하락으로 기업도산 속출,집 안팔려 이사 못가
●주가:붕락위기
○구분:밝은 해석
●경제성장:적정성장률 7%에 접근하는 당연한 구조조정 과정
●무역수지:1∼5월중 수출 9.1% 증가,수입 2.7% 증가, 적자누계 48억2백만달러로 작년 동기비 15억7천4 백만달러 개선
●동행지수:경기 진정세 반영한 것
●투자:최근 투자는 공장확장 등 외형확장보다 연구개발·기존설비 보수·유지 위주
●금융비용 기업수익:차입에 의존한 과다한 투자의 당연한 결과
●고용:1·4분기 전체취업자 1천8백6만8천명,전년비 3.6% 증가
●기업도산:△무리한 공개의 당연한 결과
△1·4분기중 부도기업수 1,372개보다 훨씬 많은 3,403개의 기업창업
△한계 기업의 부도는 오히려 건강한 경제의 밑거름
△신설기업은 12,000개
●노사:공진청 수출품 불량률 90년 6.1%,91년 5.3%, 올 1·4분기중 4.3%로 개선
●건설:과열 건설경기 진정국면
●부동산:75년 공식조사 이후 올해 처음으로 땅값 하락(5.9 %예상),부동산 투기 진정,집값도 상당기간 안정단계
●주가:거품경제가 진정되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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