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신간 소개] 일사불란하고 창의적인 조직?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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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호 21면

컨설팅 회사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인 제임스 루커스가 쓴 『Broaden the Vision and Narrow the Focus(시야는 넓히되 초점은 좁혀라)』는 이렇게 상충되는 행동을 요구하는 것처럼 보이는 경영 패러독스 20가지를 분석하며 딜레마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을 설파한다. 핵심은 어느 한쪽만 맹신하는 우를 범하지 말고 양쪽 모두를 수용하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회피할 수 없는 패러독스의 양면에 내재된 가치를 파악하는 한편, 흔히 빠지는 함정을 피하며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실용적인 기법을 배워야 한다.

이 책은 먼저 리더십의 패러독스를 다룬다. 낙관주의를 확산시키되 추악한 진실도 알려야 하고, 진실을 요구하되 자유의지에 맡겨야 한다. 리스크는 가급적 제거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보다 많은 리스크를 감수할 줄도 알아야 한다. 결과에 초점을 맞추되 결과를 무시해야 하며, 머리로 리드하는 동시에 가슴으로도 이끌어야 한다.

다음은 조직문화의 패러독스다. 현재에 살며 미래에도 사는 탁월한 조직을 만들려면 커뮤니케이션은 늘리되 정보는 걸러야 한다. 또 권위를 행사하는 동시에 권력은 분담해야 한다. 열정을 창출하는 한편 열정을 기다릴 줄도 아는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인적자원 관리의 패러독스는 인재 영입에 총력을 기울이는 동시에 과감하게 해고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 요점이다. 경계선을 분명히 긋되 자유를 확대하라. 압박은 높이고 스트레스는 줄여줘라. 아이디어들은 실격시키면서 창의성은 확대하라. 협동을 독려하면서 충돌을 조장하라.

끝으로 전략의 패러독스다. 고객을 가르쳐 길들이되 과감하게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 경쟁자를 벤치마킹하되 그들의 행동방식과 관행은 무시하라. 비용은 줄이되 지출은 늘려라. 빠르게 움직이되 뜸을 들여라.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모든 것을 바꿔라.
리더가 보유하는 권력 자체가 하나의 패러독스임을 명심해야 한다. 권력은 본질적으로 일이 이뤄지게 만드는 능력을 의미하는 중립적인 것이지만, 사용 여하에 따라 유익할 수도 있고 해로울 수도 있는 ‘양날의 칼’이라는 얘기다.

요즘 세간에서 “같기도”라는 개그 코너가 인기다. ‘이것 같기도 하고 저것 같기도’ 한 태도가 우유부단한 행태로 지탄받던 시대는 끝났나 보다. 회색적 사고와 양면적 행동방식이 복잡다단하게 급변하는 현대사회의 생존전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 “같기에” 하는 말이다.

책 속의 名句

“리더십은 패러독스로 가득 차 있다. 일상적인 행위에 균형을 맞추는 게 곧 리더십이다.”

“권력을 휘두르는 리더에게 진실을 고하는 부하는 거의 없다. 존경과 두려움은 이상하게도 뒤섞이기 마련이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사람은 잠재적 가치가 큰 문제보다 사소한 문제를 놓고 충돌을 일으키는 경향이 있다.”

“패러독스는 사상가가 열정을 얻는 원천이다. 패러독스 없는 사상가는 감정 없는 연애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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