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산타’가 오신다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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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호 28면

에르메스의 린디 백

만나서 반갑다. 에르메스 가방계에 새롭게 등장한 뉴 페이스라고 들었다. 켈리나 버킨 같은 쟁쟁한 언니들이 자랑스럽긴 하지만, 그들 때문에 소심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워낙 유명하고 도도한 언니들이라 냉정한 경쟁으로 그들을 이긴다는 건 좀 힘들지 모르지만 나 역시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당신은 무척 우아하면서도 실용적일 것 같아서 더욱 아름답다. 그렇지? 실용적인 활동성 면에서는 언니들을 능가하고도 남는다. 부드러운 소재도 소재지만 어떻게 들어도 몸에 완전히 밀착되는 착용감이 아주 탁월하다.

모양이 굉장히 독특한데. 어떻게 들어야 할지 얼핏 감이 안 온다. 뒤로 늘어진 끈은 뭔가? 어려울 것 하나도 없다. 토트백 스타일로 들고 싶으면 양쪽의 손잡이를 모아서 팔에 끼거나 손에 들면 되고, 뒤로 늘어진 끈을 들면 어깨에 멜 수도 있다.

확실히 다른 가방에 비해 활동적일 것 같다. ‘린디’라는 이름은 무슨 뜻인가? ‘린디 홉(Lindy-Hop)’이라는 춤을 들어본 적 있나? 재즈 음악을 배경으로 두 사람이 함께 추는 경쾌한 춤인데, 거기서 이름을 따온 것이다.

LG의 프라다폰

이미 세간에 당신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유명세를 실감하나? 안 하려야 안 할 수 없다. 하루가 멀다 하고 전 세계 유명 패션지와 디자인 잡지에서 앞다투어 취재와 촬영을 하는 데다 밀라노 패션위크 때는 사샤나 프레야, 라라, 수비 같은 모델들을 따라가 직접 시연까지 했으니까. 현장에서 느끼는 반응의 체감도는 역시 다르더군. 좀 피곤하긴 했지만 무척 뿌듯했다.

프라다와 LG사의 조합이 당신을 낳았다. 태생에 만족하는가? 보면 알겠지만 내 강점은 전에 없던 미끈한 디자인이다. 폴더니 슬라이드니 바(bar)니 하는 걸 떠나서 키패드 없이 액정만 있는 휴대전화라니, 아방가르드 자체 아닌가.

가장 자신 있는 기능은 무엇인가? 한 가지만 꼽는다면. 카메라와 비디오카메라ㆍMP3 등 기본 사양도 뛰어나지만 다들 갖고 있는 기능이니 넘어가겠다. 다만 특이한 기능이라면 세계 시각을 알려주는 내비게이셔널 아이콘 기능을 꼽고 싶다. 터치패드로 액정상의 지구본을 돌려 원하는 곳을 지정하면 현지 시각을 알려주는 메뉴인데 그 인터페이스를 보고 모두 놀라더라.

까르띠에 팔찌와 나사

팔찌와 그것을 조이는 나사라, 참으로 독특한 조합이다. 둘은 어떻게 만났나? 우리의 인연은 바야흐로 40여 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를 커플로 맺어준 건 당시 까르띠에의 디자이너였던 알도 키풀로(Aldo Cipullo)다. 일단 팔찌를 끼우고 나사로 조이면 영원히 빠지지 않는다는 것으로 진정한 사랑의 상징을 표현한다.

한마디로 사랑의 구속인 셈이로군. 어떻게 생각하면 무섭기도 한데. 순진하시기는. 사랑의 본질적인 테마는 구속 아니겠나. 그렇다고 한번 끼우면 정말 절대 빠지지 않는다는 소리는 아니다. 다만 나사를 이용해서만 풀 수 있다는 건 확실하다. 사랑의 족쇄인 셈이지. 족쇄든 뭐든 크게 상관있나. 나만큼만 아름다운 족쇄라면 누구든 환영하리라고 믿는다.

40년이면 꽤 오랜 세월을 둘이 함께 보냈다. 특별한 추억 같은 건 없나? 숱한 연인의 맹세의 현장에 참여해 우리들의 존재 의의를 확인했지. 아,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리처드 버튼 커플, 소피아 로렌과 카를로 폰티 커플 같은 세기의 연인들도 우리를 통해 사랑의 맹세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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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Korea’는 패션 리더들의 필독서로 일컬어지는 패션지 ‘W’의 한국판으로 ‘더 고급스러운 무언가’와 ‘패션과 트렌드를 보는 색다른 시선’을 원하는 이들을 위해 탄생한 패션 매거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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