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식 흡수통일은 비현실적”/한·미 전문가가 본 한반도기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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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한 개방·경제구조 개편 시급/핵문제 남북 직접협상 바람직
한반도의 통일문제에 접근하는 남북한 및 미국 등 3자의 자세는 사뭇 다르다. 이와 관련,한국국제정치학회(회장 이범준)는 1∼2일 이틀간 서울 힐튼호텔에서 「남북한과 미국의 새로운 3각관계」를 주제로 워크숍을 가졌다. 이번 워크숍에는 한국과 미국에서 21명의 교수·연구원 등이 참석해 한반도 통일문제,북한 핵문제 등을 조명했다. 고병철교수(일리노이대),래리 니치(미국의회 입법조사국 동아시아 연구관),신인섭씨(미 의회 연구소 선임연구원) 등을 직접 만나 각각 남북한·미국의 입장에서 본 한반도 통일문제를 들어봤다.
◇고병철(남한측 시각)=작년 12월 남북합의서가 채택되고 비핵화선언이 발표됨에 따라 남북관계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고 본다.
문제는 이같은 남북한 관계개선에 미국의 보이지 않는 압력이 작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는 점이다.
핵문제와 경제협력을 연계시키는 데서도 이같은 조짐을 읽을 수 있다.
대 북한 자세에 있어서도 한국이 관망하고 유연성을 보여왔다면 미국은 강경일변도로 나왔다.
내가 보기엔 북한의 경제력,기술수준 등에 비춰 핵개발능력이 과대포장된 느낌이다.
현재로선 북한이 남침을 통한 적화통일을 감행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남한에서도 북한의 통일전략이 적화통일에서 화해통일 내지 연방제 수립으로 바뀌었다는 가정아래 남북관계를 풀어나가야 한다.
북한에서는 독일과 같은 흡수통일을 두려워하고 있는 모양인데 이같은 통일방식은 비용이 너무 많이 드는 만큼 현실성이 없다고 봐야한다.
통일은 늦어도 2010년안에 이뤄질 것으로 확신한다.
◇래리 니치(미국측 시각)=미국은 한반도의 자주적이고 평화적인 통일을 원한다.
북한이 먼저 외부세계에 개방을 하고 이같은 바탕위에서 민간대 민간의 통일과 정부대 정부의 통일이 조화롭게 이뤄질때 이상적인 통일이라고 본다.
만약 북한이 대외 경제개방을 않고 경제의 구조조정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통일이 된다면 남한은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통일의 방식으로는 1단계(인적교류 경제협력 강화)→2단계(군사력 삭감을 위한 협상)→3단계(남북한의 자유왕래)의 수순을 밟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핵문제에 대해서는 한때 미국측이 한국측보다 더 걱정한 때도 있었으나 지금은 한국과 미국이 잘 협조해 차질이 없도록 하고 있는 상황이다.
남한은 북한 핵문제를 국제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북한과의 직접협상을 통해 해결하는게 바람직하다.
특히 현단계에서 남한은 우방들의 지원을 받아 북한의 핵문제를 완전하게 처리할 충분한 명분을 갖고 있다고 본다.
통일 시기는 빠르면 10∼15년내에,늦어도 20년내에는 가능할 것이다.
◇신인섭(북한측 시각)=북한은 전기부족으로 인한 자원부족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핵연료를 개발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은 또 반미 자주화 투쟁을 핵문제와 연계시켜 밀고 나가려 하고 있다.
북한의 비핵평화지대 개념을 살려 궁극적으로 한반도에서 핵전쟁의 공포를 없애자는 것이다. 이와 함께 남한의 민중을 선동,미군의 핵무기를 철수시키려는 속셈도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일석이조를 노린 전략이라 하겠다.
그러나 북한은 오랫동안 국제관계에서 핵문제를 협상의 카드로 사용해왔고 그만큼 국제사회에서의 이미지도 손상됐다고 봐야 한다.
내가 보기에는 이같은 핵문제가 해결됐다고 해서 남북관계가 급진전될 것 같지는 않다.<박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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