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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가 본 모습인 화합 되찾아야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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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화합은 승가의 본래 모습이고 존재 이유죠."

초대 방장 월하 스님에 이어 경남 양산 통도사의 2대 방장에 오른 원명(圓明.70.사진) 스님은 '화목'부터 강조했다. "월하 스님은 생전에 젊은 스님이 찾아와도 늘 문밖까지 배웅을 하셨죠. 그런 화목함을 통도사의 주춧돌로 삼으려 합니다." 문중 간 내홍으로 3년여 비어있던 방장석이라 더욱 의미심장한 한 마디였다.

원명 스님은 1985년 통도사 주지를 맡았을 때도 늘 빗자루를 들었다. "아침에 제가 빗자루를 들면, 다른 스님들도 모두 빗자루를 들었죠. 솔선수범만 하면 말이 필요 없죠." 경봉 스님을 모셨던 30년, 이후 통도사 산내 암자인 비로암에서 25년을 지내면서도 직접 걸레를 빨았다. "방장이 됐다고 이젠 걸레를 못 빨게 하네요. 그게 제일 섭섭합니다. 껄껄껄."

통도사에는 경봉.월하 선사의 선맥이 고스란히 내려온다. "극락암에 머무셨던 경봉 스님은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늘 물었죠. '극락이라는 곳은 길이 없는데 어떻게 왔나?'. 그런데 여기에 답을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원명 스님은 중생도 한 생각 놓으면 '부처'가 된다고 했다. "욕심만 버리면 평화는 절로 찾아오는 법이죠."

원명 스님은 늘 마음에 새긴다는 글귀를 하나 꺼냈다. "천고에 자취를 감춘 학이 될지언정, 삼춘(三春.세월 속에 가는 봄, 허무한 인생을 빗댄 말)에 말 잘하는 앵무새의 재주는 배우지 않겠다." 스님은 누구나 '학'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사바세계에 있더라도 마음을 비우세요. 그럼 천고에 자취를 감추는 학이 될 수 있습니다."

양산 글.사진=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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