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 마음 굳힌 이종찬/탈당시사 대전발언의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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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창당작업 서둘러 대선채비/무소속의원등과 연대 모색
민자당 대통령후보 경선을 거부했던 이종찬의원이 30일 대전의 「새정치모임」 세미나에서 『당내 비주류로 남아 있지는 않겠다』고 밝혀 이 의원의 향후거취와 징계 여부가 또다시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이종찬의원은 10여일간의 장고끝에 『한국정치의 일대 개혁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한뒤 이를 과단성있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탈당→신당창당→대선출마의 길을 가겠다는 뜻이다.
이 의원은 비록 「탈당」이란 용어는 사용치 않았으나 이는 청와대나 김영삼후보에게 『징계해 쫓아내달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고 징계가 늦어질 경우 스스로 당을 떠날 것으로 보아야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 의원이 당과 결별,홀로서기쪽으로 마음을 굳힌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 의원은 대선 독자출마쪽으로 결심을 굳힌 것 같다. 그럴 경우 노태우대통령과 김영삼후보측이 조기 출당조처를 하지 않으면 지지세만 풍선 바람 빠지듯 줄어들기 때문에 잘라달라고 조르는 형국이다.
또 징계지연으로 인해 대치국면이 장기화되면 당내 투쟁에도 한계가 있는데다 조직과 자금 등의 확보를 위해 상당한 시일이 필요한 신당창당에도 차질을 줄 수 있다.
따라서 27일 밤의 이 의원 참모회의에서도 어차피 민자당과 결별할바에는 하루라도 빨리 신당창당작업에 들어가 연말 대선준비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었다는 것이다.
또 그동안 큰 힘이 돼왔던 박태준최고위원과 김용환·박철언의원이 새정치모임에 불참했고 믿었던 채문식 전의원도 회장직을 지지자세를 보였던 유수호 의원도 새정치모임을 탈퇴했다. 이런 세 위축분위기가 이 의원의 결심을 앞당기는 계기가 됐다는 지적이다.
박 최고위원 등은 새정치모임에는 참여치 않았더라도 경선거부에 동조한 탓에 이 의원 징계건이 쟁점화되면 편들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이 의원측은 기대하고 있다.
징계파동을 계기로 다시 세를 규합해보자는 의도인 것 같다.
또다른 이유는 그가 세미나에서 지적했듯 집권당 풍토나 생리를 감안할때 당내 비주류로 남을 수 없다는 점을 계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의원의 신당은 6,7월께 그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측은 현재로서는 장경우·박범진의원과 윤길중새정치모임회장,채문식고문,오유방·김현욱 전의원,유경현위원장 등 일부 호남지구당위원장 등을 확실한 동조세력으로 분류하고 있다. 2선으로는 남재두·강경혁·박명환 의원과 이상하·안성혁위원장 등 원외위원장들이 꼽히고 있다. 그러나 1,2선에 분류된 상당수 인사들이 이 의원의 신당행에 동참하는 것을 별로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어 과연 얼마나 따라갈지는 미지수다.
이 의원측은 서영훈흥사단이사장 등 잠재적 정치세력,구야권인사,민주당·국민당 등 야권인사,학계·사회운동가 등과도 접촉하고 있다.
이 의원측은 신당창당을 전제로 구야원로들인 이철승·이민우·유치송·이충환씨 등과 접촉,양김구도 타파를 위한 연대방안을 깊이 논의해 이중 상당수가 동참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측은 특히 국민당의 양순직의원(전국구)과 민주당의원 2∼3명과도 새로운 정치결사체를 만들자는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알려져 이들 대상 의원들이 국민·민주당에서 탈당할 경우 정가에 또다른 파문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이밖에도 민주·국민당을 탈당한 임춘원·조윤형의원,30일 결성된 무소속의원 동지회의원들과도 연대를 꾀하고 있어 이들중 4∼5명이 합류한다면 이 의원은 오는 대선에서 의외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특히 정호용의원이 이 의원과 연대한다면 정가에 상당한 충격파를 던질 전망이나 정 의원은 이 의원과의 연대가능성에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측은 이와 함께 경선과정에서 반YS입장에 섰던 국장급 등 당사무처 요원들과 시·도의원,대의원들이 탈당해 합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이들과 새정치모임을 중추세력으로 중앙조직·지방조직을 갖춰 나갈 계획이다.
○…이 의원의 행보에 대해 민자당 주류의 입장은 강온으로 나눠져 있어 이 의원 「희망」대로 조기징계가 이뤄질지 불투명하다.
김영구사무총장 등은 『이 의원 태도로 보아 당을 같이 안하겠다는 뜻이 분명하다』며 6월1일 고위당직자회의를 열어 징계문제를 논의하겠다는 강경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김 후보측은 당분간 제명 등 극약처방의 즉각 대응은 보류하고 이 의원의 탈당에 대비,세 약화전략을 구사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하고 있다.
김 후보측이 이 의원의 발언과 행동에 대해 애써 대응을 자제하면서 깔아뭉개는 태도를 보이는데는 당 안팎의 분위기 성숙을 기다리는 것으로 봐야한다.
김 후보측이 먼저 손을 댔다가는 범여권통합이란 눈앞의 과제를 해결하는데 역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쪽에서 반응을 안보이면 초조해진 이 의원이 결국 무리수를 던질 것이고 그 때가 되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조용히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정해창비서실장도 『이 의원측이 탈당하려는 것이라면 굳이 우리가 징계를 서두를 필요가 있겠느냐』고 반문해 김 후보측과 인식을 같이했다.
따라서 김 후보는 6월1일 고위당직자회의에서도 지금까지의 입장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며 6월3일 의원총회에서 이 의원 징계를 의결하는 등 조기 징계는 없을 것이라는 김 후보측의 설명이다.<신성호·김두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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