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등 경제범죄 휴대폰 감청 못한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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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호 01면

국회 법사위가 뇌물 등 경제 관련 범죄를 전화 감청 대상에서 제외키로 하고, 축소 범위를 법무부와 협의 중이다.

국회 법사위, 감청 대상 범죄 대폭 축소키로

안상수 국회 법사위원장은 14일 기자와 만나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에 규정된 감청 대상 범죄가 지나치게 넓다”며 이런 방침을 밝혔다.

안 위원장이 “뇌물이나 입찰 방해 같은 경제 관련 범죄까지 휴대전화 등 통신 감청을 하게 놔두면 사생활 침해는 물론이고, 기업인과 공무원들이 계속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감청 가능 대상으로 ▶살인 등 생명ㆍ신체 관련 범죄 ▶내란ㆍ외환 등 국가안보 관련 범죄 ▶마약ㆍ밀수 등 반사회적 범죄를 꼽았다.

이번 재검토가 이뤄지게 된 것은 지난달 30일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이 법안 소위원회를 거쳐 법사위에 상정되면서부터다. 개정안의 골자는 통신사업자가 휴대전화 감청장비를 설치토록 의무화하며, 수사기관은 법원 영장으로 통신사에 협조를 요청한다는 것이다.

안 위원장은 “합법적인 휴대전화 감청이 가능해지는 만큼 대상 범위를 대폭 줄여야 한다”며 개정안 처리를 유보시킨 뒤 법사위에 재검토를 지시했다. 법사위 입법조사관 최영찬 서기관은 “상당수 의원이 안 위원장의 생각에 동의하고 있다”며 “해당 부처인 법무부의 의견도 참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검찰ㆍ경찰의 의견을 취합 중이다.

검찰 내부에선 강하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한 부장 검사는 “최근에는 뇌물을 수표나 계좌 대신 현금으로 주고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전화 감청 없이는 수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전화 감청 대상 범죄는 모두 280개다. 이 중 재검토 대상이 된 경제 범죄는 형법상 뇌물수수ㆍ뇌물공여ㆍ유가증권 위조ㆍ경매방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관련 범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금융기관 직무 관련 금품수수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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