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임덕 최소화로 즐거운 하산 대선구도 변화엔 미미한 여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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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호 05면

32%대인 노 대통령 지지도의 상승세 여부가 우선 관심이다. 첫 고비는 18∼19일 노 대통령의 ‘4년 연임제’ 개헌안 발의와 국회 연설이다. 김종민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은 “대통령으로서 해야 할 일을 다른 이유로 못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게 노 대통령의 유일한 관심사”라고 전했다. 개헌도 한ㆍ미 FTA와 마찬가지 성격의 노무현 어젠다(agenda)라는 게 자신감을 회복한 청와대의 얘기다. 미디어리서치의 김지연 이사는 그러나 “정치로 각(角)을 세울 때마다 노 대통령 지지도는 하락했다”고 말했다. 개헌을 둘러싼 정파적 혼란이 계속되면 한·미 FTA로 따놓은 점수는 삭감될 수 있다.

상승의 변수는 부동산과 북핵 국면의 추이다. 강남의 부동산 가격과 노 대통령 지지도는 그간 상반된 곡선을 그려왔다. 지난 2일 민간택지 아파트의 분양가 내역 공시를 골자로 한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부동산 안정의 기대는 더 높아진 국면이다.

북핵문제도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 자금 송금 지연으로 아직은 주춤거리고 있다. 하지만 한·미 FTA가 획기적인 북핵문제 해결의 전기로 작용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다. 국민대 이원덕 (국제정치학) 교수는 “미국의 한반도에 대한 전략적 비중을 높인 FTA가 북핵 해결, 북ㆍ미 수교,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등의 획기적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연내 남북 정상회담이나 남ㆍ북ㆍ미ㆍ중 4자회담이 성사돼 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의 주된 역할을 한다면 40∼50%대 지지도를 웃돌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전망도 나온다.

향후 지지도 추이와 무관하게 한·미 FTA의 역사적 의미 때문에 노 대통령은 임기 말 레임덕을 최소화한 대통령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병완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임기 말 스캔들도 없어 노 대통령은 끝까지 정국의 상수(常數)로 남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기가 끝나도 언론·정치 환경에는 손을 놓지 않을 것”(2006년 11월)이라고 했던 노 대통령의 퇴임 후 영향력도 무시 못하게 됐다.

그간의 대선 국면은 노 대통령의 지난 4년에 등을 돌린 층이 한나라당 대선 주자를 지지하는 ‘반노(反盧) 구도’가 주였다. 그 때문에 반노 구도가 엷어지는 기류는 한나라당으로선 새 고민거리다.

지지도 1, 2위의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FTA, 북핵, 부동산 등 3대 노무현 어젠다에 대한 반사이익보다는 자신만의 ‘고유 정책상품’을 개발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인기 없던 노 대통령과의 차별화가 그나마 활로였던 열린우리당의 김근태·정동영 전 의장과, 천정배 의원 등 탈당파는 보다 답답해진 국면을 맞게 됐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지지도 상승 자체가 현 대선 구도를 바꿔놓을 가능성은 미미해 보인다. 노 대통령의 개인 지지도가 지난주 10% 상승했지만 정당 지지도는 한나라당 51.2%, 열린우리당 11.2%로 변화가 없었다.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은 “노 대통령의 상승세는 과거 정몽준씨를 지지했던 중도성향의 수도권 40대 중산층이 한ㆍ미 FTA를 인정한 결과”라며 “묘하게도 이들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 지지층과 겹친다”고 했다. 실제 FTA 타결 직후 대선 주자들의 지지도 순위에 변화가 없는 가운데 ‘경제 추진력’의 이미지가 강한 이 전 시장이 지난주보다 1.5% 상승한 39.7%(리서치 앤리서치, 4일 조사)로 오히려 득을 보고 있다. 노 대통령의 지지도 상승이 독주 중인 한나라당 주자들의 대안을 찾는 흐름은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뚜렷한 유력 대선 주자가 없는 범여권의 처지, 암울해지는 범여권 통합신당의 운명 때문에 노 대통령의 지지도는 ‘나 홀로 도약’을 뛰어넘기 어려울 듯싶다.

영남, 특히 TK(대구·경북)지역의 요즘 한나라당 지지도도 과거 DJ 대통령 시절 호남의 민주당 지지도인 60%대를 상회하는 70% 선에 이르고 있다. 노 대통령의 상승세로 구도를 바꾸기에는 강고한 장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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