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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서 맨송맨송한 아내, 사실은?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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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호 14면

지구상의 마지막 낙원이라는 폴리네시아 제도에는 다양한 원주민들이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와 관습을 갖고 산다. 그중 하나인 ‘망가이아’ 부족에 대해 어느 성의학자가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내놓은 적이 있다. 망가이아족 여성들은 잠자리에서 항상 오르가슴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 원인을 분석해봤더니 해답이 파트너인 남성에게서 나왔다.

망가이아족 소년들은 성에 해박한 부족의 어른에게서 성교육을 받는다. 전희ㆍ성교ㆍ오럴 섹스, 남성이 사정에 이르기 전 파트너가 오르가슴을 느끼도록 하는 기교를 배우고 나름대로 실습도 한다. 그렇다고 남성들만 교육을 받는 것은 아니다. 같은 시기에 또래 소녀들도 비슷한 방식으로 지도받는다.

여성이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하는 현상은 성욕 저하증, 성행위 통증과 함께 여성의 3대 성기능 장애다. 하지만 망가이아족 여인들은 불감증이 별로 없다. 그들 스스로 오르가슴을 학습한 데다 남성이 노력하기 때문이다.

“아내는 맨송맨송, 나 혼자 흥분하는 것 같아 재미없죠.”

불감증 아내를 둔 남편은 잠자리를 기피하기도 한다. 사실 불감증이란 단어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마치 당사자가 뭔가 영구적인 장애가 있는 양 오해를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아내의 불감증으로 고통받는 커플을 보면 이 문제를 부인의 탓으로만 돌리는 경우가 많다.

과연 여성의 불감증은 여성만의 문제일까? 불감증 여성은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심리적·신체적 문제가 있거나, 성반응에 익숙하지 않고 이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여자 다루는 것쯤이야”라고 큰소리치는 남편 중에도 여성 성감대나 오르가슴 유도법을 잘 모르는 사람이 꽤 있다. 뻔한 방식만 고집하고 아내의 반응을 아예 무시하는 안면 몰수형도 있다. 이런 이유로 불감증이 생겼다면 망가이아족처럼 남성이 여성의 성반응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받는 게 바람직하다.

바이올린의 명장(名匠)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가 제작한 ‘스트라디바리우스’는 현존하는 바이올린 중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명품이다. 그러나 스트라디바리우스 같은 명기도 훌륭한 연주자가 연주해야 아름다운 소리를 만든다. 혹시 내 아내가 지금까지 내가 서툴게 다뤄온 스트라디바리우스가 아닌지 살펴볼 일이다.

강동우·백혜경은 서울대 의대 출신 전문의(醫) 부부. 미 킨제이 성 연구소와 보스턴ㆍ하버드 의대에서 정신과·비뇨기과·산부인과 등 성(性) 관련 분야를 두루 연수, 통합적인 성의학 클리닉ㆍ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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