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비행 규범무시 가정서 싹튼다|법무부 세미나 박성수 교수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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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비행청소년들은 사소한 법과 규범을 아무렇지 않게 무시하는 주변사람들, 특히 가족들의 잘못된 행동을 모방하면서 비뚤어지기 시작하며 이들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직접적으로 비행을 막는 것보다 다른 건전한 활동을 통해 심리적 만족이 성취되도록 유도해야 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26일 법무부 주최로 열린 「제10회 청소년선도세미나」에서 서울대 박성수 교수는 「청소년비행의 예방과 재교육의 원리에 관한 연구」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다음은 박 교수의 주제발표 내용.
◇비행의 유형=청소년 이상심리의 측면에서 분석해보면 청소년비행은 다음 네 가지로 대별할 수 있다.
▲실험적 비행=일시적인 호기심 등에 의해 비행을 저지르는 경우다. 중학생들이 장난 삼아 담배를 피워보거나 참외서리 등을 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예로 정상적인 아이들이 저지를 수 있는 나쁜 행동의 범주에 속한다.
▲신경증적 비행=주변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의미한다. 모범생들이 갑자기 비행을 저지르는 것은 이 경우가 많다..
▲성격적 비행=성격장애가 원인으로 사회적으로 가장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정서불안 등 성격특징으로 인해 반사회적인 성격장애를 일으킨 청소년들은 사회적 규범을 존중치 않으며 구속될만한 불법행위를 반복하는 경향이 많다.
▲정신병적 비행=정신병으로 자신의 행동을 통제할 능력을 상실, 비행을 저지르는 경우다. 왜곡된 현실파악과 대인관계의 어려움으로 정서적 긴장이 정신병으로 발전하게 되면 발생한다. 이밖에 간질·주의력결핍 등에 의한 「기질적 비행」, 청소년집단 고유의 하위문화에 따른 「사회적 비행」도 있다.
◇비행의 학습과정=성격적 비행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반사회적인 성격의 청소년들은 자연스럽게 법과 규범을 위반하는 주변사람들, 특히 가족들의 행동을 보고 모방학습을 하게 된다.
예컨대 부모가 탈세를 위해 수입을 속이거나 과속운전을 하고도 이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경우다.
한편 부모들이 자녀들의 잘못된 행동을 정당화해 줄 경우 청소년들은 「신경증적 비행」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부모들이 청소년의 비행에 대해 과도하게 벌을 준 뒤 다른 때에는 거의 완전하게 용서할 경우 자녀들은 비행이 용인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높다.
또 부모가 자녀들의 비행에 대해 지나친 불안감을 가져도 청소년들의 비행을 촉진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
심한 통제는 사랑의 부족으로 해석될 위험이 있어 자녀들이 정서적으로 불안해지기 때문이다.
◇청소년비행의 예방=무엇보다 확고한 원칙, 일관성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가정에서의 훈육지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청소년비행의 큰 원인이므로 가정교육이 강조돼야 한다. 특히 비행에만 초점을 맞추고 이를 제거하려하면 도리어 악화되는 수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일체 간섭을 피한 채 다른 행위를 격려하고 조금씩 북돋울 경우 규범적인 행동이 강화되어 문제청소년들이 선도되는 확률이 높다.
이를 위해 직업과 학업 그리고 인간관계 등에 대한 사회적인 재교육이 병행돼야 한다. <정리=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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