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진의 로봇 이야기] 로보토피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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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호 27면

영화 ‘바이센테니얼맨’에 나오는 로봇 모습.

‘아이로봇’ ‘마이너리티 리포트’ 등 미래를 주제로 한 영화에서는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로봇들이 자주 등장한다. 터미네이터와 같은 파괴적인 로봇도 있고, 바이센테니얼맨과 같이 가족의 일원으로 생활하는 로봇도 있다. 언젠가 로봇과 함께하는 일상생활이 펼쳐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러한 시대가 언제쯤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를 상상하는 것은 무척 즐거운 일이다.

언제쯤이면 로봇이 우리 일상생활에서 보편화할까. 미국의 과학평론가 마셜 브레인은 에세이 ‘로봇의 나라’에서 2030년에는 한 대 1000만원 정도의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가 널리 보급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 파급효과로 인해 직업 구성의 엄청난 변화가 예상된다. 즉 2000년 센서스에서 집계된 미국 내 일자리 1억1000만 개 중 절반 정도가 2050년에는 로봇으로 대체된다는 예측이다. 특히 제조ㆍ건설ㆍ운송ㆍ판매 분야 일자리의 거의 대부분을 로봇이 맡게 된다. 이와 같은 추정은 취업구조의 변화에 주목한 것일 뿐, 전체적인 일자리의 축소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근대사회는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과 기계화에도 불구하고 전체 일자리 숫자가 줄어들지 않은 역사적 경험을 가지고 있다.

로봇 연구의 대가 미국 카네기멜런대의 한스 모라벡 교수는 저서 『로봇: 단순한 기계로부터 탁월한 지성으로』에서 컴퓨터 성능의 향상에 따라 로봇의 지능이 2030년에는 원숭이, 2040년에는 사람과 비슷한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여기서 로봇의 지능이란 주어진 일을 해낼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혼다의 인간형 로봇 아시모의 개발 주역 시게미 사토시도 2050년께에는 휴머노이드가 본격적으로 활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용 내지 경제성 측면에서 볼 때 현재 일본의 연구기관에서 널리 쓰이는 사람 크기 휴머노이드의 리스 비용은 5년간 약 5억원이다. 아직 리스방식에 머물고 있어 판매가격은 책정되지 않았지만, 자동차의 렌트 비용을 기준으로 추정해보면 대당 10억원 정도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소프트웨어를 제외한 기계만의 가격이긴 하지만 대당 1000만원 수준으로 떨어지기까지 20년은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체로 보아 향후 10년 내외에 우리는 본격적인 로봇의 시대를 맞게 되리라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미래 로봇의 모습을 그려보자. 인간형 로봇이 지니는 최대 장점은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함께 사는 존재라는 점이다. 고령화ㆍ소가족화로 인한 개인의 고립이 심해지는 환경에서 로봇은 심신 양면에 도움을 주는 동반자가 될 수 있다. 깜박 잊고 집에 두고온 물건을 챙겨 회사까지 갖다주거나, 갑자기 비가 내리면 버스정류장에 나와 우산을 들고 맞이하는 가족과 같은 존재가 될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 익숙해진 휴대전화와 인터넷이 우리 생활을 바꾸어놓은 것도 그다지 오래된 일이 아니다. 최근에 로봇사업을 시작한 마이크로소프트는 현재의 로봇이 1970년대의 PC와 비슷하다고 말하고 있다. 멀지 않은 장래에 우리 생활을 깡그리 바꾸어놓을 로봇기술도 아직은 겨우 걸음마 단계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조금은 인내심을 가지고 미래의 내 친구, 로봇을 기다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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