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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많이 마셔야 ‘毒’ 빠져‘삼겹살 효과’는 검증 안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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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호 09면

황사철에 걱정 한 가지가 더 늘었다. 과거엔 먼지만 피하면 됐다. 그러나 요즘 황사엔 납ㆍ카드뮴ㆍ알루미늄 등 유해 중금속이 들어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반도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다롄(大連)ㆍ베이징(北京) 등 중국의 공업지역을 통과하면서 중금속을 묻혀 온다는 것이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황사를 들이마실 경우 몸 안에 유해 중금속이 쌓이게 된다.

녹차ㆍ미역ㆍ김ㆍ다시마ㆍ클로렐라는 중금속 배출 돕고 오미자차는 호흡 곤란 완화

음식으로 황사의 독(중금속)을 제거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한방과 보완대체의학에선 “어느 정도 가능하다”고 본다. 양방과 식품영양학계에선 “가능성은 있지만 입증된 것이 거의 없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일단 몸속에 들어온 중금속은 그냥 방치할 경우 거의 배출되지 않는다. 사우나를 하거나 땀을 많이 흘리면 일부 빠져나가지만 그 양은 얼마 안 된다.

중금속이 몸에 많이 쌓이면 피로ㆍ집중력 저하ㆍ입맛 감소 등의 증상이 생기기 쉽다.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에 자주 걸린다. 혈액순환이 나빠진다. 정신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우울증에 빠지거나 성격이 공격적으로 변한다.

중금속을 줄이는 요법으로 킬레이션과 디톡스 요법이 있다. ‘킬레’는 그리스어로 가재의 집게란 뜻이고 ‘디톡스’는 영어로 제독(除毒)을 뜻한다.

킬레이션 요법은 중금속 제거 효과가 있는 EDTA 등 약물을 정맥주사로 맞는 것이다. 디톡스는 주로 식품을 이용해 중금속 등 체내의 독을 제거하는 것이다.

황사 철엔 주변에서 ‘삼겹살을 쏘겠다’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은 삼겹살이 황사에 든 중금속을 체외로 배출하는 디톡스 식품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민간에선 오래전부터 몸 안에 쌓인 먼지ㆍ석탄ㆍ분필을 배출하기 위해 돼지고기를 먹었다. 직업상 석탄ㆍ분필 가루를 마시는 광원(鑛員)이나 교사가 퇴근 후 (돼지)고기집을 찾았던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돼지고기와 중금속의 관계를 따진 연구는 두 번 있었다. 첫 번째는 1998년 동물실험이었다. 돼지고기가 첨가된 사료를 먹은 실험용 쥐의 체내에서 납ㆍ카드뮴의 함량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를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두 번째는 작업장 근로자 58명을 대상으로 실험했다. 이들에게 돼지고기(제육볶음ㆍ돈가스ㆍ돼지갈비) 100∼150g을 매주 두세 번씩 6주간 먹게 했다. 이들의 혈중 납ㆍ카드뮴 농도를 측정해 섭취 전과 비교했더니 각각 2%, 9%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결과만으로 ‘돼지고기=황사 예방식품’으로 판정하기엔 아직 크게 미흡하다는 것이 연구팀의 자체 평가다.

특히 황사와 돼지 삼겹살의 관계를 연구한 경우는 없다.

한강성심병원 호흡기내과 현인규 교수는 “삼겹살이 황사로 인해 몸에 축적된 중금속을 제거해준다는 일반의 인식은 잘못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최근엔 말류의 일종인 클로렐라가 중금속(카드뮴)의 체외 배출을 촉진한다는 연구 결과가 국내에서 나왔다. 클로렐라와 카드뮴을 실험용 쥐에게 8주간 먹였더니 클로렐라를 먹은 쥐의 간의 카드뮴 농도가 그렇지 않은 쥐에 비해 60∼90% 적었다.

한양대 식품영양학과 엄애선 교수는 “카드뮴은 몸 안에서 MT라는 성분과 결합한 뒤 대소변을 통해 체외로 배설된다”며 “클로렐라가 MT의 생성을 도와 카드뮴의 체외 배출을 촉진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중금속과 함께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디톡스 식품으론 미역ㆍ김ㆍ다시마 등 해조류가 꼽힌다. 이들 식품에 풍부하게 든 알긴산이란 식이섬유(미끌미끌한 성분)가 그런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녹차도 중금속 디톡스 식품으로 꼽힌다. 녹차의 떫은맛 성분인 카테킨과 타닌이 디톡스 기능을 한다.

황사 철엔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도 중요하다. 물은 중금속 등 유해 물질을 희석시킨다. 또 황사 먼지가 폐ㆍ기관지로 들어가는 것을 막고 대신 식도와 위, 장을 통해 몸 밖으로 빠져나가게 한다. 기관지를 촉촉하게 적셔줘 목이 쉬거나 잠기는 것도 막아준다.

물 마시기가 부담스럽다면 오미자차ㆍ감초차 등 따끈한 한방차를 수시로 마시는 것도 방법이다. 오미자차와 결명자차는 오미자 또는 결명자 8g에 물 3컵을 부은 뒤 양이 반으로 줄 때까지 가열해 만든다. 강남 함소아한의원 손소정 원장은 “오미자가 폐기능을 보호하므로 오미자차는 황사로 인한 호흡 곤란을 가라앉히는 데 유익하다”며 “결명자차는 황사 먼지로 눈이 충혈되고 아프며 눈물이 마를 때 마시면 좋다”고 조언했다.

광동한방병원 한방내과 조철준 과장은 “황사 탓에 피부가 가렵고 건조해진 경우 감초차나 갈근차를 마시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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