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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100명 이상 해외 명문大 직행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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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호 10면

한국외대부속외고 학생 70여 명이 지난해 아프리카 모로코의 한 고아원을 방문해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특목고의 인기는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고 있다. 김진표·김병준 전 교육부총리를 비롯해 정부 고위관료들조차 특목고를 비판하면서도 자기 자식은 보내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특목고는 그동안 우리 교육 지형을 크게 바꿔놓았다.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글로벌 인재 양성의 기틀을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92년 대원외국어학교가 외국어고로 전환했고 2002년 경기도에 외고 8곳이 새로 생겼다. 특목고는 지난 15년 동안 우리 교육 지형을 크게 바꿔놓았다. 전문가들은 수월성(秀越性) 교육과 글로벌 인재 양성에 기여한 점을 특목고의 가장 큰 성과로 꼽는다.

외국어 능력은 글로벌 인재의 필수 요건인데 이런 면에서 외고를 따라갈 만한 데가 없다. 요즘 외고에서는 영어·중국어·일어는 물론 프랑스어·독어·스페인어·러시아어 등의 외국어 능력 검정시험까지 준비할 수 있다. 이 덕분에 미국의 아이비리그 등 해외 명문대학에 합격한 특목고 출신 학생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미국 상위 15위 안에 드는 대학에 합격한 대원외고 졸업생은2000년 5명, 2003년 17명, 2005년 28명이었다. 지난해는 55명으로 늘었다. 서울 소재 6개 외국어고와 2개 과학고에서 해외 대학에 간 학생은 2005년 112명, 2006년 133명, 2007년도 132명이다. 매년 100명 이상을 외국 대학으로 보내고 있는 것이다.

언어영재교육 전문가인 고려대 노명완 교수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게 언어다. 특목고 학생들이 외국어를 집중적으로 공부해 아이비리그라는 세계적인 무대에서 언어 장벽 없이 세계의 영재들과 경쟁하는 것 자체가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라고 말했다.

상당수 외고는 수월성 교육의 일환으로 국제반을 만들어 사전 학점 이수제(AP)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가 발간하는 ‘하버드 보딩스쿨 가이드’는 학교마다 AP 과목을 몇 개 개설했느냐를 기준으로 학교의 순위를 따진다. AP는 미국 대학의 학점을 고등학교 때 미리 이수하는 제도로, 국내 외고에는 미국 AP 전문 교사들이 들어와 과목을 운영하고 있다.

외고는 글로벌 마인드를 키우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대부분의 외고는 1학년 때 해외 자매학교와 교환방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해외 오지 체험이나 해외 봉사활동 프로그램도 같은 맥락이다. 예를 들어 한국외국어대 부속외고는 2005, 2006년 아프리카 남아공·모로코 등지의 에이즈 병동을 돌며 환자를 돌보는 봉사활동을 했다.

과학고는 국내 과학 인력의 양성소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과학고가 배출한 인력들은 국내 과학계의 거의 모든 분야에 진출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벤처기업·학계 등에서 이미 괄목할 만한 연구 성과물을 내고 있다. 경기과학고 출신인 정재승 KAIST 교수는 대뇌 정보처리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경남과학고 출신인 이효철 KAIST 교수도 세계 최초로 액체의 화학 반응에서 일어나는 분자구조의 움직임을 잡아내는 데 성공했다.

대전과학고 1~10기 졸업생 611명 중 468명이 KAIST로 진학하는 등 상당수 졸업생이 연구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경기과학고 김형신 총동문회장(충남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은 “ 학창 시절 끊임없이 실험하고 보고서를 쓴 덕분에 졸업생들의 기초 지식이 탄탄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과학고 제도는 외국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태국은 3년 전 과학고를 만들기 시작해 올해 두 곳을 설립했다. 일본도 우리를 참고해 2002년 ‘수퍼사이언스(Super Science)’ 고등학교를 만들었다.

특목고의 우수한 교육시스템과 경쟁 문화 덕분에 소위 명문대에 진학하는 학생도 증가하는 추세다. 2005년 서울의 외국어고·과학고 졸업생 215명이 서울대에 진학했으나 2007년도에는 256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연세대는 506명에서 602명으로, 고려대는 452명에서 536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서울과고와 한성과고, 한국영재학교는 2006년 KAIST에 176명이 갔으나 2007학년도에는 274명이 진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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