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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써라, 인생의 또 다른 페이지가 열린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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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호 07면

책 쓰기가 가장 싸고 빠른 자기 홍보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책을 내면 전문가 대접을 받을 수 있고, 실제 책을 쓰는 과정에서 전문가가 될 수 있다. 그림은 『당신의 책을 가져라』의 표지 일러스트. 

‘일단 써라. 책을 써야 전문가 대접을 받는다’.

오랫동안 출판 분야는 전문 필자들의 독무대였다. 책 읽기가 대중화되면서 중간 필자들이 득세했다. 전문적인 분야를 대중의 눈높이에서 풀어주는 중간 필자들이 교양서 분야의 스타로 떠올랐다.

이제는 대중 필자 시대다. 너도나도 책을 쓰고 낸다. 대중 필자란 독자가 저자가 되는 출판의 ‘프로슈머(prosumer:생산자이자 소비자)’라 할 만하다. 오랜 경험과 관심을 살려 전문가 영역의 틈새를 파고들거나 메우는 이들이다. 대형 서점의 점두(店頭)와 서가에는 헤아리기 힘들 만큼 대중 필자의 책들이 즐비하다. 왜 내남없이 책을 쓸까. 최근 『당신의 책을 가져라』(국일미디어)를 낸 송숙희(북 프로듀서, 출판 콘텐츠 프로덕션 대표)씨의 대답은 간단하다. 책은 “가장 값싸고 가장 빠르고 가장 효과가 확실한 자기 마케팅 수단”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더 보태자면 비록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책을 쓰는 과정에서 전문가가 된다는 큰 이익이 있다.

제대로 된 책 한 권 내면 ‘매스컴 타는 일’은 식은 죽 먹기다. 지식경영시대에 책은 한 인물의 브랜드 자체인 것이다.『당신의 책을 가져라』는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개인 마케팅 차원의 책 쓰기에 대한 가이드북이다. 그래서 부제가 ‘지식경영시대의 책 쓰기 특강’이다.

이 책에 따르면 “인터넷서점 사이트에서 당신의 이름이 검색되는 순간부터 당신은 그 분야의 탁월한 전문가”다. 책 쓰기를 통한 돈 한 푼 들지 않는 셀프마케팅의 사례는 부지기수다. 책 쓰는 과정에서 열정을 집중하고 책을 내고 나서 희열을 느끼니 일석삼조다.

예를 들어 『이순신이 싸운 바다』를 낸 이봉수(한국토지공사 기획실장)씨는 이번 학기 순천향대에서 강의를 맡았다. 『아빠가 놀아주면 아이는 확 달라진다』를 펴낸 개그맨 김종석씨는 한 대학의 유아교육과 교수가 됐다. 농협에 근무하는 조관일씨는 서비스 관련서들을 내면서 책 쓰기와 강연만으로도 넉넉한 수입을 창출, 제2의 삶(노년)에 대한 걱정을 덜었다.

대중 필자가 책 한 권으로 인생역전에 성공한 경우도 드물지 않다. 실용서 분야의 초베스트셀러 『2000원으로 밥상 차리기』를 쓴 ‘나물이’(필명)가 대표적이다. 오랜 자취 생활에서 우러난 일명 저예산 생존 요리 노하우로 백수에서 여유 있는 한량으로 변신했다. 최종 학력이 초등학교 졸업인 양동호(삼성에버랜드 조리과장)씨도 그렇다. 그는 대학교재 『단체급식관리와 조리실습 워크북』을 써 이력서를 따로 쓰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남은 문제는 하나. ‘나 같은 사람도 책을 쓸 수 있을까’. 이번에도 답은 명쾌하다. ‘왜 아니겠어요’. 저자는 책 쓰기를 방해하는 뻔한 변명으로 다섯 가지를 꼽는다. 책을 쓸 줄 모른다, 전문가가 아니다, 일이 많아 시간이 없다, 쓸 이야기가 없다, 내 이야기가 남에게 도움이 될 이유가 없다는 것은 모두 핑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책 쓰기의 첫 단계는 왜 쓰는가에 대한 자기 확신이다. 책을 쓰는 이유가 확실하면 책의 서문을 반쯤 쓴 셈이다. 또 독자들이 그 책을 사서 읽어야 하는 이유도 이미 설명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뭘 쓰나. ‘당신만의 이야기’다. 직업적인 신뢰와 명성을 얻었다면 바로 그 이야기가 책의 내용이다. 게으른 사람은 게으름을 찬양하는 책을 쓰고, 아들딸들을 죄다 명문대에 보낸 엄마는 겸손한 척하면서 맹모삼천지교의 경험담을 쓰면 된다. 그 이후의 과정은 기술의 차원이다. 저자가 운영하는 온라인 미디어 ‘www.북코치.com’ ‘www.seri.org/forum/bookmaking’ 등에서 도움받을 수 있다.

백번 양보해서 진정 책을 쓸 짬이 없다면 워밍업이라도 해야 한다. 책 쓰기 준비운동은 세상을 나름의 눈으로 읽는 버릇을 들이는 것으로 시작한다. 틈새시장이든 쓸거리든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메모를 습관화하고 책과 늘 스킨십하며 글쓰기를 밥 먹듯이 즐기면 준비 끝이다. 요약하자면 ‘열심히 살자’쯤 될까. 각 분야에서 성공적인 성과를 내는 사람이라면 이 정도의 준비운동은 일상에 가까운 것들이므로 ‘밑져야 본전’ 식으로 대들 만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블로그ㆍ카페ㆍ홈페이지 등 온라인 정보플랫폼을 만들어 콘텐트를 쌓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티끌 같은 자료와 글들이 태산이 되고 남들도 관련 정보를 보태준다. 출판사의 구애를 받기도 쉽다. 대중 필자의 책 가운데에는 블로그에 쓴 내용이 북(책)으로 출간되는 ‘블룩(blook)’이 많다. 커뮤니티 회원 숫자만큼의 잠재 독자를 확보한 상태로 책을 내게 된다. 홍보 비용도 절감된다. 실제 블로그 마케팅의 성공 사례도 즐비하다. 베스트셀러『B형 남자와 결혼하기』는 기획단계에서 같은 이름의 블로그가 운영됐다. 수십만 부가 팔린『공부기술』은 출간 직후 저자와 독자를 잇는 같은 제목의 커뮤니티가 만들어졌다. 미국 출판사 리틀 브라운이 프랑스 요리법을 담은 ‘블룩’ 『줄리 & 줄리아』는 10만 부가 팔렸는데 출판사 측은 책의 구입자 중 30%가 블로그 이용자라고 추정했다는 것이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올해의 인물로 ‘당신’을 선정했다. 정보화시대와 디지털 민주주의를 주도하는 인물이 바로 ‘당신’이기 때문이다. 대중 필자의 시대에 자신의 책 한 권 없다면 이제는 대중 축에도 끼지 못한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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