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에 간 공주 이야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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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29면

2001년 2월에 찍은 쉬루티(사진) 공주의 매력 넘치는 모습이다. 내가 그녀를 찍은 넉 달 뒤 공주는 디펜드라 왕세자가 난사한 총에 맞아 숨졌다. 나는 이런 충격적인 소식을 사건이 난 다음날 아침 프랑스 친구 미셸이 전화를 걸어와 알게 되었다. 당시 내게 그 소식은 남의 일로 여겨지지 않았다. 왕족이 그렇게 비극적으로 죽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왕비와 공주를 만나기도 했던 특별한 경험 때문이었는지 나는 다소 흥분했던 것 같고 우아했던 그들의 비명횡사에 연민의 감정을 가졌던 기억이 난다. 어쨌든 나중에 뉴스를 통해 알게 된 학살극 전말은 왕세자가 자신의 결혼 상대자를 반대하는 부모에게 불만을 품고 만취 상태에서 저지른 일이라는데, 올해 네팔에서 만난 친구들은 모두 그러한 발표 내용을 믿지 않고 왕궁 내의 정치적 음모가 얽힌 사건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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