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처 차관 아들 ‘특혜 채용’ 특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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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호 01면

기획예산처 정해방 차관의 아들이 정부 출연기관인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 특혜를 받고 채용된 것으로 드러나 감사원이 해당 기관과 정 차관 등을 특별 감사 중이다. 감사원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정 차관의 아들을 서류전형에 통과시키기 위해 영어성적 기준을 변경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감사원 “에너지기술연구원, 토익 커트라인 낮춰 합격” … 정 차관 “직접 청탁한 적 없어”

사정당국의 한 관계자는 24일 “지난해 6월 당시 기획예산처 재정운용실장이던 정 차관의 아들이 에너지기술연구원에 특혜를 받고 채용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와 관련, 정 차관이 어느 선까지 개입했는지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원래 전형기준대로라면 입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너지기술연구원은 지난해 1월 직원 채용 시 토익(TOEIC) 700점 이상을 지원 자격으로 해서 모집공고를 냈다. 이 규정대로라면 토익 성적이 600점대이던 정 차관의 아들은 서류전형을 통과할 수 없었다는 게 사정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연구원 측은 5개월 뒤인 하반기 모집공고에선 토익 점수 기준을 삭제했으며, 내부적으로는 합격 기준을 700점에서 600점으로 낮췄다.

정 차관의 아들은 서류전형을 통과했고, 실무면접 등을 거쳐 지난해 8월 초 행정직에 정식 직원으로 최종 합격했다. 그러자 탈락한 지원자들 사이에 고위공직자 자제에 대한 특혜 시비가 일었고, 한 지원자는 사정당국에 투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연구원 측은 “토익 점수를 하향조정한 것은 업무에 더 적합한 직원을 선발하기 위해 지원의 폭을 넓히려는 차원이었을 뿐 외부 청탁 때문에 일부러 규정을 바꾼 것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정 차관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인의 권유에 따라 아들이 연구원 채용시험에 응시하긴 했으나 내가 직접 연구원에 청탁한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연구원 측이 내 아들을 채용하기 위해 일부러 규정까지 바꿨다면 부적절하고 곤혹스러운 일이지만, 연구원이 자체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감사원은 “감사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1977년 설립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차세대 에너지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기관으로, 연구기술직ㆍ행정직ㆍ기능직을 합쳐 총 349명이 근무하고 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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