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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장에 동반할 젊은 남녀 소개업/영국(지구촌 화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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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매춘여부 뜨거운 논쟁/남자들 “편리한 데이트”제재 반대/“사실상 불법 알선”전화번호부 광고 금지/“파티의 짝 주선은 건전하다”업자들 발끈
사교장 등에 동반할 젊은 남녀를 소개해 주는 조직인 에스코트 에이전시(escort agency)의 성격이 매춘이냐 여부를 놓고 영국에서 뜨거운 논쟁이 일고있다.
영국 통신회사인 브리티시 텔레콤이 최근 자사가 발행하는 전화번호부에 이들 조직의 광고를 금지하면서 시작된 이 논쟁은 당사자인 에스코트 에이전시 외에 많은 남성들까지 가세해 재미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브리티시 텔레콤사는 광고 금지이유로 에스코트 에이전시들이 하는 일이 겉으로는 그럴듯 하지만 실제로는 매춘행위 알선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길거리를 서성거리다 남자를 만난다는 뜻에서 거리의 여인(streetwalker)으로 불리기도 했던 매춘부는 전화가 실용화 되면서 콜걸(callgirl)로 바뀌었다. 그후 팩시밀리·전화응답기·휴대용 전화기의 보급과 함께 에스코트걸이란 단어가 보편화 되었다. 웬만한 영국 남성들은 이 단어가 고급매춘부를 일컫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있다.
그러나 직접 에스코트 에이전시를 경영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활동에 불법적인 요소가 하나도 없다고 강조한다. 런던을 중심으로 비교적 젊고 수준 높은 여성들을 연결시켜 주는 에이전시를 운영하는 한 여인은 『매춘을 조장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하지만 파티 등에 짝을 지어주는 것은 합법』이라고 주장,그들의 업무가 결코 매춘과는 무관하다고 고집한다.
이 여인은 숲이 울창한 런던 교외의 가정집에 앉아 남성들로부터 걸려오는 전화를 받고 고객을 나름대로 엄선한 뒤 명단을 확보하고 있는 50여명의 여성들에게 임무를 할당한다. 그녀의 사무실에 설치된 세대의 전화는 쉬지 않고 울어댄다. 그녀는 전화 외에도 팩시밀리까지 갖추고 있으며 고객의 신용 정도를 바탕으로 별도의 블랙리스트까지 만들어 놓고 있다. 이 블랙리스트는 성격이 포악하거나 돈을 제때 잘 내지않는 사람,수표를 부도낸 경력을 가진 사람들의 이르이 빽빽히 적혀 있다.
브리티시 텔레콤사의 광고금지 조치에 에스코트 에이전시들이 발끈하느 이유는 사업이 전적으로 전화번호부 광고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런던 센트럴지역 전화번호부 하나에만 『매력적인 여성』『비밀 보장』등을 내건 에스코트 에이전시들의 광고가 35페이지에 이른다.
에스코트 에이전시들이 여자를 소개해 주고 받는 소개비는 30파운드(약 4만2천원)에서 70파운드(9만8천원) 정도.
에스코트 에이전시들은 무엇보다도 이런 수입에 대해 소득신고를 철저히 하기 때문에 자신들의 일에 대해서 떳떳하게 생각한다. 그 뒤에 이루어지는 금전거래에 대한 소득세 신고는 에스코트걸들의 책임이다.
에스코트 에이전시와 거래한 적이 있는 영국 남자들은 브리티시 텔레콤사의 조치가 지나치다고 항변하고 있다.
에스코트 에이전시의 단골이라고 밝힌 40대 중반의 한 남성은 『에이전시가 하는 일 가운데서 지저분 하거나 문제될 만한 것은 없다. 이혼한 상태인 나로서는 구차하게 술집 등에 가지 않고도 똑똑하고 아리따운 여성들을 만날 수 있어 더없이 좋다. 어느정도 사회적 지위를 쌓은 터에 함부로 사람이 붐비는 곳을 서성댈 수도 없는 입장이지 않는가』고 주장하고 있다.
누구보다도 에스코트 에이전시의 실태를 잘 파악하고 있는 영국 경찰들도 에스코트 에이전시의 부정적인 측면을 알면서도 눈감아 주고 있다. 이들은 에스코트걸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마약·폭력 등 여러가지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것 보다는 차라리 이들을 에스코트 에이전시에 묶어 두는게 낫다는 입장이다.
또 에스코트 에이전시나 에스코트걸들이 내는 세금도 무시못할 정도이기 때문에 세무당국 역시 이들을 특별히 배척하지 않고 있다.<정명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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