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 앞두고 『전작도록』준비 운보 김기창 화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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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한국화단의 거목 운보 김기창 화백의 8순(93년10월)을 앞두고 그의 작품을 망라하는 『운보 전작도록』의 발간이 추진된다.
전5권(각권 3백24쪽, 가로·세로 30㎝)으로 발간될 예정인 이 도록에는 운보가 평생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8천여점의 작품 가운데 약 절반 가량이 컬러 및 흑백화보로 수록되며 그에 관한 글과 각종 기록이 실림으로써 「운보에 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도록 한다.
이 도록은 한국미술사상 최대 규모의 개인 도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도록에는 북한 평양의 조선인민박물관 운보실에 전시되어있는 13점을 비롯해 북한에 있는 것으로 파악된 70여점의 작품과 친일작품 논란이 있어온 일제시대의 작품까지 가감 없이 수록될 예정이다.
이 같은 도록 발간작업을 위해 문화계인사 30여명으로 구성된 「운보전작도록 발간위원회」가 지난 20일 발족됐다.
이 위원회는 위원장에 구상씨(원로시인), 실행위원장에 오광수씨(미술평론가)를 비롯해 위원에 김기승(원로서예가)·윤석중(새싹회회장)·이경성(미술평론가)씨, 그리고 고문에 박광진(한국미술협회 이사장)·김창실(한국화랑협회회장)·임영방(국립현대미술관장 내정)씨 등을 위촉했다.
22일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은 도록발간 계획을 발표한 발간위원회는 『이 도록은 작가의 대표작만 골라 싣는 기존의 도록과는 달리 작가의 작품을 내용·시대별로 편견 없이 수록함으로써 올바른 평가를 위한 자료를 제공, 위작시비에 대한 잣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도록발간과 함께 내년 10월에는 한달 동안 예술의 전당 미술관 전관에서 운보의 대표작 1천여점이 한자리에 전시되는 대규모 회고전이 열리며 같은 기간 현대화랑에서는 운보의 신작전이 열릴 예정이다.
운보는 8세 때 장티푸스로 청력을 잃었으나 17세 때부터 이당 김은호 화백으로부터 그림을 배워 60년 동안 지칠 줄 모르는 정열과 끊임 없는 실험정신으로 『청록산수』 등 독보적인 회화세계를 창조해왔다.
발간위원회는 작품소장자들의 연락을 바라고 있다. (548)7285. <이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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