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나온 수친다에 야유/5일만에 진정국면 들어선 태 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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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잠롱 “사태진정위해 적극 협조”/국왕앞에 무릎꿇은 수친다 의기소침/학생들 야간통금령 거부 시위 계속
파국을 예고하며 부닥치던 태국 집권 수친다 크라프라윤총리세력과 민주연합의 잠롱 스리무앙 전 팔랑탐당 당수세력이 21일 새벽 푸미폰국왕의 공개중재로 극적인 화해에 도달,유혈사태는 5일만에 진정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역쿠데타설과 함께 수친다총리의 하야까지 예견됐던 최악의 상황에서 21일 자정 태국TV에 푸미폰국왕이 수친다,잠롱 등 이번 사태 주역과 왕실고문인 프렘,타마삭 등 두 전임총리를 대동,특별담화를 하면서 사태가 반전돼 순식간에 상황이 호전됐다.
○국민들 국왕담화 경청
○…한밤중에 TV를 켠 태국국민들은 국왕과 이번 사태 주역들의 등장을 지켜보면서 국왕의 담화를 경청했다.
푸미폰국왕은 약 20분간 수친다총리와 잠롱 전 당수를 향해 근엄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나갔으며 『두사람이 현재상태로 싸움을 계속할 경우 두사람 모두 패자가 되니 전임 두 총리의 충고를 잘듣고 헌법을 고쳐서라도 합심해 사태를 잘 해결하라』고 당부.
○…이에 수친다총리는 『25일부터 국회를 열어 개헌에 착수하되 이후 시위를 계속해 불상사가 재발할 경우 의법조처하겠다』고 말하고 『잠롱 전 당수를 비롯한 모든 구속자들을 즉각 석방하겠다』고 덧붙였으며 곧 이어 잠롱대표는 『평화유지를 위해 사태 수습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TV방송에 비친 수친다총리와 잠롱 전 당수의 국왕 알현 모습은 싸움질을 하다 들킨 학생이 선생님앞에 꿇어 앉아 호된 꾸지람을 듣는 모습으로 국왕앞에 꿇어 앉은 수친다총리는 다소 의기소침한 표정이었다.
○총리 거취문제 큰 관심
○…한편 25일부터 시작될 헌법 개정작업에서 핵심사항인 수친다총리의 거취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날밤 카세트최고사령관과 이사라퐁국군총사령관 등 각 군수뇌들은 긴급회동을 가진후 『최단시일내에 이번의 모든 사태를 해결하겠으며 국민들은 안심해도 좋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야간 통금령에도 불구,방콕 시내 람캄헹대학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던 학생들은 국왕 알현 장면을 방송하는 TV를 지켜보다 수친다총리가 화면에 비치자 일제히 야유와 비난 구호를 퍼부었다.
이들은 푸미폰국왕의 사태개입에 기대감을 표시했으나 수친다총리의 즉각 사임이 이뤄지지 않은데 실망한듯 환호와 박수의 강도는 미온적인 편이었다.
○…21일 자정의 극적인 상황반전 직전까지도 태국사태는 호전의 기미가 전혀 없는 악화일로의 행보.
태국 대학생 1만5천여명은 20일 밤 군부가 내린 야간 통행금지령을 거부한채 대학 주변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시위를 계속했으며 시내 중심가에서도 시민들이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대학생들은 람캄헹대를 지나는 6차선 도로를 점거,국기를 흔들고 반정부 구호를 외쳤으며 목격자들은 통금시작인 오후 9시가 지나면서 시위대수가 더 늘어났다고 전했다.
한편 군의 발포로 유혈사태를 빚었던 시내 라즈뎀논가에서는 진압 병력이 배치돼 있음에도 불구,1만여명의 시민들이 가로등을 깨고 불을 지르는 등 격렬한 시위.
○…이에 앞서 이날 오후 수친다 크라프라윤총리에 대한 역쿠데타설이 나돈 가운데 친정부병력들돠 현정부를 반대하는 병력들이 방콕 북쪽에서 전투를 벌였다고 외교소식통들이 전언.
또 방콕시내 중심부에서도 군부내 파벌간에 교전이 있었다는 미확인 보도도 나왔다.
이같은 미확인 보도는 외교관 및 태국소식통들이 카세트군최고사령관을 비롯한 일부 다른 군고위 지도자들이 수친다총리를 축출할 모의를 하고 있다고 전한지 수시간만에 나온 것이다.
○야선 “백명이상 사망”
○…한편 거센 퇴진 요구시위에 직면한 수친다 크라프라윤총리는 이날 오후 긴급TV연설을 통해 자신은 정부가 일반 대중들의 지지속에 지난 주말부터 유혈사태가 계속되고 있는 방콕시의 법과 질서를 회복할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이번 사태로 인한 인명피해는 군경을 비롯해 사망 40명,중상 6백명,경상 4백명이라고 밝혔으나 의료계 및 외교관·야당 소식통들은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군경의 발포로 1백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반박.
○…유혈사태에 대해 입장표명을 유보해온 태국왕실은 20일 오후 처음으로 피비린내 나는 정치투쟁을 종식해줄 것을 호소,사태해결의 전면에 나섬으로써 진정 가능성을 예고.
푸미폰국왕의 후계자 가운데 한사람으로 지목되고 있는 마하 차크리 시린돈공주는 이날 파리방문 도중 인공위성을 통해 생중계된 TV를 통해 『현시점에서 간구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살인 및 폭력행위의 중단』이라고 지적,자제를 호소.
서울을 방문중인 와질라롱콘왕세자도 TV를 통해 이번 사태에 슬픔을 표시하면서 『우리국민이 이성을 갖고 서로룰 만나 대화를 나눠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8일 무장군인들에 의해 연행된 잠롱 전 당수는 구금중 당국으로부터 양호한 대우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사실은 군당국이 제작한 비디오 테이프가 20일 TV에 방송됨으로써 밝혀졌는데 잠롱 전 당수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매우 양호한 상태에 있으며 매일 명상과 운동 및 독서를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말하면서 당국이 방콕 교외에 있는 한 수용시설에서 냉방시설이 완비된 방에 묵기를 제의했으나 자신은 평범한 보통 감방에서 생활하고자 자청했다고 밝히기도.
○…태국의 불안한 치안상태에도 불구,현재 방콕을 비롯한 주요 관광지에 머무르고 있는 한국관광객들이 서둘러 귀국치 않고있어 우려를 빚고 있다.
주태 한국대사관은 20일 현재 태국을 방문중인 약 7백여 관광객들의 신변안전을 위해 조속한 시일내에 귀국하거나 인접국으로 떠나도록 관광공사 방콕지사를 비롯한 한국여행사들에 협조를 구했으나 대부분이 당초 예정대로 「배짱관광」을 즐기고 있으며 심지어는 이날도 상당수의 단체관광객이 방콕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방콕=외신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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