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롱 구금소식에 국민들 분노/갈수록 격화되는 태 유혈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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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시위대 돌진하자 15분간 난사/“사망자 발표말라”병원에 함구령/군 “갱단이 시민 부추긴다”억지
18일 새벽 비상사태가 선포되고 군이 시위대에 발포,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태국 소요는 이날 오후 잠롱 스리무앙 등 반정부 지도자들과 시위대 수천명이 체포된데 이어 18일 밤과 19일 새벽 군이 시위대에 다시 발포,인명피해가 늘어나는 등 사태가 악화되고 있다.
○…18일 밤 10시45분 군인들의 발포로 사상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곳은 군대가 정부청사로 가는 도로를 막고 바리케이드를 설치한 로열호텔 앞.
잠롱당수의 체포소식에 분노한 시위대가 바리케이드를 향해 2대의 버스를 몰고 돌진하자 군인들은 처음에는 하늘을 향해 공포를 쏘았으나 곧 직접 시위대를 겨냥 15분동안이나 사격했다.
의료지원 자원봉사자들은 발포직후 1백여명의 부상자들을 호텔 로비로 옮겨 즉석에서 응급수술을 했으며 부상자들중 80명 이상이 총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사는 18일 밤 호텔 로비에서만 5명이 숨졌다고 말하고 길거리에서 총에 맞아 죽은 사람이 1백명이 넘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으나 사망자 숫자는 확인되지 않고있다.
이날 밤 호텔 밖에서는 계속해서 총성이 들렸으며 시위대는 군대차량을 불태우는 등 시위를 계속했다.
○…태국군은 폭동자들을 색출,사살하기 위한 「기동저격대」를 설치했다고 19일 발표했다.
한 군대변인은 이날 TV 발표를 통해 민주화를 요구하는 평화시위 군중 사이에 섞여 오토바이 갱단들이 폭력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 발표에서 『갱단들이 시민들에게 분노와 폭동을 유발,내전상황을 불러일으키려 기도하고 있다』며 『중무장 기동저격대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목격자들은 군 저격병들이 건물 옥상 등에서 시위대에 발포했다고 말했다.
○…18일 새벽 군인들은 방콕시 중심가에 운집한 2만여명의 시위대를 향해 첫 발포를 해 시위대를 해산시켰으며 오후에는 바리케이드 앞에 운집해 있는 수천명의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수천발의 공포를 쏘았다.
이날 오후 군인들이 체포된 시위대들을 발로 차고 마구 때리는 모습이 목격됐으며 시위대를 향해 장갑차를 몰고 나가기도 했다.
시위를 주도하는 7인위원회 지도자 잠롱 스리무앙 팔랑탐당 당수는 이날 오후 바리케이드 바로 앞에 주차한 밴트럭에서 체포돼 수갑이 채워진채 연행됐다.
○…18일 오후 체포된 잠롱 스리무앙 팔랑탐당 당수와 함께 시위를 주도한 7인위원회 구성원들 모두에 대해 이날 검거령이 내려졌다.
7인위원회는 잠롱당수 외에 학생동맹의장,빈민구호 활동으로 이름이 높은 여성사회사업가,야당정치인 촐라르드 보라차트의 딸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번 사태는 태국 군부내 육사출신 기생들끼리의 주도권 싸움 측면도 강하다는 것이 현지 분석.
지난해 2월 쿠데타를 주도한 수친다총리(당시 육군사령관)·카세트 로자나닐최고사령관(당시 공군사령관)·이사라퐁 파크눈디육군사령관(당시 육군부사령관) 등은 모두 육사 5기생들로,차티차이 당시총리가 이끄는 민간정부를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명분으로 타도했다.
이들은 당초 1년동안의 과도정부 통치기간을 거쳐 민간정부에 권력을 넘긴다고 약속했으나 이를 어기고 수친다장군이 총리에 취임함으로써 야당세력들이 들고 일어난 것.
한편 반정부 세력의 중심인물인 잠롱 스리무앙 팔랑탐당 당수는 육사 7기생으로 육군소장 출신.
잠롱당수는 군인출신 답지않게 청빈을 생활모토로 삼아 국민들로부터 광범위한 인기를 얻었고 방콕시장 시절 부정부패와 맹렬한 싸움을 벌여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쌓았다.
○…군의 발포로 부상한 시위대들을 치료하고 있는 병원 관계자들은 사상자수를 외부에 알리지 못하도록 상부의 지시를 받았다고 귀띔했다.
현재 태국 군당국은 언론검열은 물론이고 5명 이상의 집회도 금지시키고 있다.
○…19일 아침 시위대들이 집결했던 로열로 주변 담장 곳곳에는 총탄 및 핏자국과 함께 「물러가라 수친다」 등의 낙서가 영어와 태국어로 어지럽게 씌어져 있어 시위·진압이 격렬했음을 반영.
○…태국의 정치불안에도 불구,외국기업들은 장기적 투자환경을 낙관하고 있어 주목.
사쿠라·산와은행 등 방콕지점을 가진 일본은행 관계자들은 『태국은 왕을 중심으로 비교적 안정된 국가다. 현재로선 사업에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
일본 내각의 한 고위관리도 『혼란이 가중되고 있지만 태국에 대한 경제원조를 재검토하기는 이르다』고 진단했다.
비리사 리 엥도수에즈은행 아시아투자서비스 담당자는 『모든 정치가들은 부패하게 마련이며 한차례의 개각을 거쳐 곧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장기적인 투자환경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은 18일 태국 유혈사태에 우려를 표명했으며,특히 미국은 태국과 합동군사훈련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마거릿 터트와일러국무부대변인은 태국 고위관리들 및 군 당국자들에게 방콕사태의 인명손실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으며 현재 미·태 합동군사 훈련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터트와일러대변인은 지난해 태국 쿠데타 이후 거의 모든 원조가 이미 중단됐으나 마약퇴치에 관한 협조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히고,미국은 태국 사태를 계속 주시할 것이며 더 이상의 유혈사태가 없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외무성 대변인은 외무성이 태국에 있는 일본인 1만7천75명에게 행동을 조심하도록 당부했다고 밝혔다. 방콕에 지점이 있는 한 은행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은행활동이 많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는 생각지 않으나 일본정부·기업들 및 외국회사의 반응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방콕=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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