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묶였던 휠체어 벗고 8차례 공중 곡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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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게릭병에 걸려 자기 몸 하나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65.사진) 박사가 공중곡예를 선보였다. 호킹 박사는 무중력 상태에서 무려 8차례나 공중제비를 돌았다.

2009년 우주비행을 목표로 하고 있는 호킹 박사가 26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에 있는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무중력 상태를 체험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단순히 무중력 상태에서 떠있었던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곡예도 즐겼다. 그 가운데 한 차례는 "체조 금메달감이 될 만한 몸 뒤집기 묘기"라는 찬사까지 들을 정도였다. 40년 넘게 휠체어에 묶여 살았던 그에게 인생 최고의 시간이었던 것이다.

호킹 박사는 그 유명한 컴퓨터 합성음을 통해 "놀라운 경험이었다. 무중력의 순간은 경이로웠으며 중력가속도가 높아질 때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얼마든지 계속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처럼 근육을 잘 쓰지 못하는 사람에게 축복과 희망이 됐으면 한다"며 "우주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도 높아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행사를 주관한 미국의 민간 우주관광회사 '제로 그래비티(ZG)'의 노아 맥맨 이사는 "호킹 박사를 가만 놓아두면 더 날아다닐 태세였다"며 "그의 얼굴에선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의료진은 호킹 박사가 예상보다 무중력 상태에서 잘 적응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멀쩡한 우주비행사도 무중력 상태에서 멀미를 하거나 구토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무중력 실험기의 별칭이 '구토 혜성(Vomit Comet)'일 정도다. 그러나 의료진은 그의 몸상태를 고려해 이날 총 4분간의 무중력 체험만을 허락했다.

호킹 박사는 지난해 말 BBC와의 인터뷰에서 "인류는 핵전쟁이나 소행성 충돌 같은 지구의 위기를 피해 우주에 정착촌을 건설해야 한다"며 우주여행에 관심을 보였다.

이번 무중력 체험은 호킹 박사가 65번째 생일인 올 1월 8일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우주비행을 하고 싶다"는 목표를 밝히면서 마련됐다.

호킹 박사가 우주비행을 추진한다니까 여러 곳에서 후원이 따라붙었다. 경쟁 끝에 '제로 그래비티(무중력이라는 뜻)'라는 미국 업체가 호킹 박사의 무중력 체험 사업권을 따냈다.

호킹 박사는 2년 뒤 영국 버진그룹 소속 버진 갤럭틱사의 우주여행 상품을 이용해 우주로 날아갈 계획이다. 10만 파운드(약 1억8000만원)의 우주여행 비용은 버진그룹 리처드 브랜슨 회장이 대주기로 했다.

강병철 기자

◆ 루게릭병(Lou Gehrig's Disease)=운동신경 세포의 퇴화로 온몸의 근육이 마비되고, 언어장애와 호흡곤란을 겪다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 공식 병명은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인데 미국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의 강타자 루 게릭이 이 병 진단을 받은 뒤 2년 만에 숨져 별칭을 얻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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