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디오 케이블 승용차 한 대 값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1억5000만 원짜리 턴 테이블? 2억5000만 원짜리 스피커? 스피커와 앰프를 연결하는 케이블이 웬만한 승용차 한 대 값이라는 게 말이 될까?

그러나 사실이다. 27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코엑스 컨퍼런스홀 전시장에서 열리는 '아이어 쇼(EYEAR SHOW)'에 가면, 마치 이상한 나라에 온 앨리스가 된 듯한 기분이 들 것이다. 지금은 사진으로나 구경할 만한 진공관이 어엿한 현역으로 활약하는가 하면, 고물상에 줬음직한 LP가 금지옥엽의 대접을 받고, 나팔과 같은 거대한 혼으로 만든 스피커가 낭랑하게 노래한다. 오디오 애호가라면 꿈에나 나타날 법한 기기들이 총출동해 엄청난 음의 향연을 벌이고 있다.

'아이어(EYEAR)'는 '눈(EYE)'과 '귀(EAR)'를 동시에 만족시킨다는 의미로 지은 제목. 9회째 이어지는 올해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익히 알려진 JBL이나 매킨토시 같은 전통적인 브랜드 대신 독일과 스위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 쪽의 오디오들이 강세라는 점. 아센도, 바이스, 랑세, MBL, 골드문트, 아방 가르드, 솔루션 등 애호가들에게도 생소한 브랜드들이 본격적으로 선을 보였다. 아날로그 관련 제품들이 대거 등장한 것도 새로운 트렌드다. 컨티늄이나 트랜스로토와 같은 회사의 턴 테이블이 그 주인공이다.

유럽 브랜드 중 놓치지 말아야할 것은 덴마크의 신생 스피커 메이커로 최근 주목받고 있는 에벤의 X5 스피커. 거대한 타워처럼 3개의 블록으로 싸인 이 제품은, 대형기답지 않은 빠른 스피드와 뛰어난 해상력으로 풀 사이즈의 오케스트라를 재현한다.

금전적 출혈을 마다하지 않고 디자인과 음질을 고루 추구하고 싶다면 골드문트의 풀 시스템도 들어볼 만하다. CDP부터 앰프, 스피커 등을 모두 합치면 강남의 중형 아파트 한 채 값을 하지만, 전세를 살더라도 이런 시스템을 들이고 싶다는 애호가들도 있다.

독일제로 역시 풀 시스템을 이룬 MBL은 클래식 강대국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인다. 특히 어떤 자리에 앉아도 중심이 잘 잡힌 음을 들을 수 있는 설계가 돋보인다. 거대한 붉은색 나팔을 특징으로 하는 아방가르드 스피커는 자사제 전용 앰프에 연결되어 역시 대단한 위용을 뽐내고 있다. 눈을 감으면 작은 콘서트 홀에 온 듯한 착각이 들 것이다.

물론 이렇게 억대를 줘야만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크리스나 소닉 크래프트처럼, 적은 예산으로 뛰어난 음질을 들려주는 국내 메이커들도 여기서 만날 수 있고, 마란츠나 데논의 시스템으로 음성과 영상 두 마리의 토끼도 얼마든지 잡을 수 있다.

이종학<작가.오디오평론가>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