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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미술관(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거액 어음부도 사건으로 구속되면서 압류되었던 이철희·장영자 부부의 골동·서한 1천여점이 최근 본인들에게 되돌려져 장안의 화제가 되었다. 압류 당시 당국은 여러 전문가들의 감정을 토대로 이 물건의 80%가 가짜이며 평가액도 5억∼6억원어치에 불과하다고 했었다.
그러던게 10년이 지난 오늘 그 가짜들은 모두 진품으로 밝혀졌고 값어치도 어마어마하게 수백억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그런 터무니 없는 감정에 놀아난 당국의 꼴이 말이 아니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이 물건들이 그들의 소유임을 부정할 사람도 없다.
그러나 솔직한 심정은 한때나마 사회에 물의를 빚었던 장본인들이기에 이 귀중한 미술품들이 사회를 위해 유익하게 이용되었으면 하는 마음도 없지않다. 그것은 여러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그 가운데 하나는 조그만 개인미술관을 만들어 이 미술품들을 공개하는 것이다.
실제로 오늘날 미술품 수집의 세계적 추세는 수장가들이 자신의 소장품을 단독으로 전시하는 개인박물관 또는 미술관을 설립,운영하는 쪽으로 가고있다. 단순히 그림을 모으는데서 그치지 않고 박물관 또는 미술관과 함께 자신의 이름을 영원히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개인박물관 또는 미술관의 장점은 우선 개인이 독점하고 있는 미술품을 대중에 공개한다는 점 이외에 훌륭한 컬렉션을 번잡한 대규모의 공공시설보다는 마음편한 안락한 분위기 속에서 구경할 수 있다는 매력도 있다.
그런 추세는 우리나라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마침 새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이 오는 6월1일부터 발효됨에 따라 요즘 사립미술관 신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이 진흥법의 모법과 시행령안에 서로 모순되는 내용이 적지않아 문제라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예를들면 설립계획 승인을 얻으면 모법 제10조에 나열된 관련법률들에 의한 여러 허가 또는 인가를 받은 것으로 본다고 간소화 해 놓고는 시행령안에는 설립자가 미리 관련관청의 인·허가를 거쳐 문화부의 설립계획 승인을 받도록 한 것 등이 바로 그런 문제점의 하나다.<손기상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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