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투자·부동산침체가 도산원인/부도기업 늘지만 「창업」이 더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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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작년 4,600여곳 쓰러지고 12,000여곳 신설/한은보고서 분석
작년 이후 부도기업이 크게 늘고 있으나 신설기업은 이보다 훨씬 많다. 또 기업부도의 원인은 ▲판매부진 ▲판매대금회수 부진 ▲부동산을 포함한 과잉시설투자 ▲관련기업의 도산등 네가지로 요약된다.
16일 한국은행은 최근의 부도증가를 어떻게 보고 대처해야 하느냐에 대해 중앙은행의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는 보고서를 냈다. 한은은 이 보고서에서 『산업구조조정 과정에서는 기업도산이 증가하는 동시에 기업신설도 늘어 나는데 최근 우리 기업현실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이 금융결제원과 등기소를 통해 전국 7대 도시지역(서울·5대 직할시·수원)의 부도와 신설기업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이들 지역의 부도기업은 4천6백34개(90년 3천3백3개)인 반면 신설기업수는 이것의 2.6배인 1만2천2백59개(90년 1만2백81개)에 달했다. 지난해 기업부도 증가율이 40.3%에 달하긴 했으나 신설기업수에 비하면 여전히 적다는 것이다. 올 1·4분기중에도 신설기업은 3천4백3개로 도산기업 1천4백90개를 배이상 웃돌았다. 그러나 이 기간중 신설기업수는 작년 동기보다 5백71개 줄어든 반면 도산기업은 6백47개가 늘어나 최근의 부도여파가 확산되는 조짐을 보였다. 한은관계자는 이에 대해 『한 기업이 쓰러지면 그 파장이 거래기업에 미쳐 부도가 부도를 낳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최근의 부도증가는 경제개방시대에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과 업종에 의해 주도되고 있으며 이들 한계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 무리하게 사업을 벌이고,일부 기업은 부동산 활황기에 매입했던 부동산에 자금이 묶이면서 도산현상이 증폭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이 올 1∼4월중 부도금액이 2억원을 넘는 70개 업체를 대상으로 부도사유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매출부진이 41.1%,과잉투자 27.1%,거래기업의 부도여파가 22.3%로 이들 3개 요인이 전체 부도이유의 90%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8개 시중은행이 같은 기간 당좌거래정지업체 1천1백96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부도원인도 매출부진이 44.4%,판매대금 회수부진 19.3%,과잉투자등 투자실패가 12.1%였다. 중소기업은행과 금융결제원 등의 분석자료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판매부진은 인건비상승 등으로 수출경쟁력이 약화된데다 내수시장은 수입품이 밀려든 때문이며 이는 재고증가로 이어져 기업환경을 악화키시고 있다는 것이 한은의 시각이다. 한마디로 최근의 기업부도는 구조적 요인에 의한 것이니 만큼 자금지원등 단기 대응보다는 업종전환 및 시설개체지원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심훈한은자금부장은 『기업부도원인이 이같이 분석된 이상 돈을 풀어 기업도산에 대처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으며,같은 차원에서 통화관리강화가 기업부도를 낳았다는 일부 지적은 받아 들이기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괜찮은 제조업체가 거래기업의 부도여파 등으로 일시적 난관에 봉착한 경우는 은행을 통해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심상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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