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급투쟁」석달만에 2억 확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남로당 이후 최대규모의 사회주의혁명 지하조직」이라는 평가가 내려진 사로맹은 3천5백명에 이르는 방대한 조직원과 지지·협조자들이 총책 겸 중앙 상임 집행위원 백태웅씨(29)등 핵심간부들을 중심으로 일사불란한 비밀조직 체계를 유지, 공안당국의 집요한 추적을 장기간 따돌려온 것으로 안기부 수사결과 드러났다.
89년 11월12일『이제 전 자본가 계급을 향해 정면으로 계급전쟁을 선포한다』며 혁명적 사회주의 노선을 밝히고 결성된 사로맹은 지난 2년6개월 동안 핵심간부 박노해(본명 박기평·무기징역 복역중)등 70여명이 검거됐지만 백씨 등 조직골간이 지하로 잠적, 조직을 보존해 왔다는 것이다. 출범이후 조직보위에 주력하던 사로맹은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92∼93년 정권교체기에 대비해 적극적인 사회주의 혁명 실천전략으로 전환, 대대적인 세력 확장에 나섰고 이는 조직활동이 외부로 노출되는 결과를 빚어 결국 이번에 조직 핵심이 검거되기에 이르렀다.
사로맹은 총책 백씨를 중심으로 조직체계를 전국적인 규모로 확대·전문화해왔으며 중앙조직·지방조직·전문연구조직·파견망 조직으로 구분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안기부는 사로맹이 최근 공장과 학원을 혁명의 전진기지화 하는데 주력해온 것으로 보고있다.
사로맹은 4개 지방위원회에 노동투쟁을 전담하는 공장사업부를 두고 전국 16개 지역 69개 대기업 공장에 조직원 3백여명을 위장 취업시켜 노조장악을 기도했으며『해방공단』등 지하신문을 정기적으로 대량 살포토록 하고 올해 안에 합법적인 노동자신문 발간도 추진해왔다는 것이다.
안기부는 특히 사로맹이 70개 대학 조직 외에 고교생을 혁명대열로 끌어들이기 위해「고교생 정치활동을 위한 공동실천위원회」를 구성, 사회주의 사상을 교양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심층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발표했다.
사로맹은 5단계 당 건설계획 아래 92∼93년 선거기간에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운동권을 규합, 독자적인 민중진영 대통령 후보를 출마시키고 이를 발판으로「남한사회주의 노동자 당」을 94년 봄까지 건설하려 했다는 것이다.
안기부는 사로맹이 지난해 말부터 총선·대선 준비 및 당 건설자금이 필요하다는 명분 아래 전조직원이「보급투쟁」을 전개해 불과 3개월만에 2억6천만원을 확보, 3·24총선 때「민정추」소속 후보에게 2백만∼8백만원씩 3천여만원을 선거자금으로 제공했다고 발표했다.
안기부는 이밖에 사로맹이 자체 인쇄소와 출판사를 보유하고 공산당식 선전활동을 해왔고 조직활동을 2백여대의 컴퓨터로 관리해왔으며 사생활의 혁명사업화, 자결도 불사하는 조직보호투쟁을 조직원들에게 요구해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안기부는 이번 수사과정에서 사로맹과 국내 대남공작원 등 불순조직과의 연계 가능성에 대해서는 특별한 혐의가 드러나지 않아 일단 자생적 사회주의자 조직으로 보고 있으나 이 부분을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