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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두만강 유역개발」와타나베 도시오<일본·동경공업대 교수>(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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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북한이 경제위기 타개의 돌파구로 생각하고 있는 두만강유역 개발 계획은 아직은 구상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구체적 계획 실시까지는 앞으로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3일 평양에서 열린「두만강개발 평양국제회의」에 참가한 와타나베 도시오 일본 동경공업대 교수는 두만강 개발 및 자유무역지대 계획이 북한 당국의 의욕적인 계획추진에도 불구, 아직은 구상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전했다. 와타나베 교수는 이 개발계획의 성패는 경제문제뿐 아니라 동북아 안보상황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와타나베 교수의 기고문을 2회에 나눠 게재한다.【편집자주】
아시아·태평양지역에 남아있는 마지막 하드코어(강경) 국가가 북한이다.
변화와는 담을 쌓고 소위 주체사상을 토대로 한 특이한 공산주의의 두꺼운 껍질 속에 틀어박혀 홀로 초연한「신성국가」가 바로 북한이다.
북한은 지금 국가적 아이덴티티마저 흔들리는 국제적 고립에 직면해 있다.
가장 큰 위협은 한국경제가 하이테크화 시대에 접어들어 남북한 경제력의 격차가 어떻게 할 수 없을 만큼 커진 것이다.
구 사회주의 국가들이나 중국의 대한 접근도 한국이 경제적으로 강력한 힘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북한은 국제적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선 국제 협조하에 개혁·개방노선을 채택하고 이 과정에서 축적된 경제력으로 남한과의 경제적 격차를 메워나가는 유연한 정책을 펼쳐나가는 외에 방법이 없다.
그러면 그렇게 될 가능성은 있을까.
그 가능성을 엿보이게 하는 하나의 유력한 재료가 바로 북한 북부 3개항, 즉 청진·나진·선봉의 대외개방이다.
지난해말 북한 정무원은 러시아 연해주·중국 길림성과의 국경에 접하는 나진·선봉을「자유경제 무역지대」로 결정했다. 또 북한 4개 직할시 중 하나인 청진을「자유 무역항」으로 만들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들 지역에는 일제 식민지 시대에 건설된 철도가 환상선을 이루고 있다.
남양역에서 중국 길림성 도문으로, 두만강역에선 러시아 연해주 하산으로 철도가 이어진다.
나진·선봉·청진의 대외개방 구상은 첫째 환상철도 및 도로망을 확장하여 이를 러시아·중국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중계 무역지대화 하는 것이다.
둘째 중국의 경제특구를 모방, 외국자본에 대해 우대조건을 부여하고 의료·식품가공·기계·전자·서비스 부문에서 1백% 외국자본투자·합작사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계획이 세워져있다.
북한이 이처럼 비록 북부의 한정된 지역이긴 하지만 개방노선 쪽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은 획기적인 변화다.
필자는 지난달 말부터 이달초에 걸쳐 나진·선봉·청진을 방문했다. 아울러 이 지역의 개방문제를 협의하기 위한「두만강개발 평양국제회의」에도 참가하는 기회를 가졌다.
필자가 북한 당국자들로부터 설명을 듣고 받은 느낌은 한마디로 계획은 아직 설득력 있는 실행 가능성조사가 뒷받침돼 있지 않으며 구상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것이 북한의「어쩔 수 없는 선택」이며, 이 선택은 북한의 대 서방외교정책을 돌이킬 수 없는 것으로 변화시키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 같은 변화는 동북아시아 안전보장을 위해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강하게 느꼈다.
냉전체제가 붕괴된 후 북한은 국제사회로부터 외면 당하고 있다.
구 소련은 이미 90년 1월부터 북한과의 우호가격에 의한 바터 거래를 경화에 의한 국제가격 거래방식으로 변경했고, 중국도 올해부터 같은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북한은 서방국가들에 문호를 개방하는 길 이외에 방도가 없다. 북한은 지금『목구멍에서 손이 나올』정도로 외화가 절실한 형편이다.
이를 위한 가장 유력한 방법은 일-북한 국교 정상화에 의한 소위 대일 배상청구다.
그러나 북한의 핵 의혹이 풀리지 않아 일-북한 국교 정상화 교섭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1939년생 ▲일본게이오 의숙 대학 졸업·동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경제학박사·개발경제학 및 현대 아시아 경제론 전공 ▲쓰쿠바 대학교수를 거쳐 88년부터 현직 ▲저서:『성장의 아시아, 정체의 아시아』『개발경제학』『서태평양 시대』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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