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인물'로 떠오른 심대평·정운찬 동업자인가 경쟁자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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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국민중심당 심대평 공동대표가 26일 대전 둔산동에서 시민들과 악수하고 있다. 대전=오종택 기자

정운찬(59)과 심대평(66). 두 사람은 충남 공주 출신이다. 오십 리쯤 떨어진 곳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고향.대학 선후배 사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인생 행로는 그다지 겹치지 않는다.

심 국회의원 당선자는 대전중.고를 나와 관료의 길을 걸었다. 정 전 서울대 총장은 경기중.고를 졸업했다. 두 사람을 잘 아는 정치권 인사는 "모임에서 만나 인사하는 정도의 사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요즘 두 사람의 정치 인생이 서로 얽혀들고 있다. 4.25 재.보선이 계기가 됐다.

충청권 대선 주자로 각광받는 정 전 총장은 1월 대전 서을에 출마하란 권유를 받았다. 안 되면 지원 유세라도 해 달라는 요청도 받았다. 한나라당의 두 대선 주자(이명박.박근혜)에 맞서 이기면 단박에 대중적인 인물로 부각될 것이란 논지였다. 정 전 총장은 "정치 참여를 결정하지 않았다"면서 거절했다. 출마키로 했다면 그는 심 당선자와 싸웠어야 했다. 경쟁자가 되길 피한 셈이다.

그렇다고 동업자가 되지도 않았다.

심 당선자 측의 얘기다. "5일 심 당선자의 후원회에 정 전 총장이 방문해줄 걸 요청했다.

정 전 총장은 주저하다 결국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21일께야 정 전 총장 측 인사가 '뭘 도와주면 좋겠느냐'고 연락해 '독자적으로 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정 전 총장이 도왔다면 '박근혜 이기는 정운찬'이란 말이 나올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안도했다.

정 전 총장 측의 얘기는 좀 다르다. "유세 요청은 없었다. 선거 중반 심 당선자를 지지한다는 문건에 정 전 총장이 서명해 주길 바랐지만 하지 않았다."

이런 때문인지 심 당선자는 당선 직후 "(정 전 총장은) 아직 정치인이 되진 않았다"(25일), "경쟁을 피하면 어떻게 국민적 신뢰를 얻을 수 있겠느냐"(26일)고 뼈있는 소리를 했다.

두 사람은 겉으론 "서로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를 두고 연대 가능성을 점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아직은 소수다.

심 당선자가 재.보선을 통해 명실상부한 충청권 리더로 부상한 만큼 독자적인 충청 세력화를 도모할 것이란 얘기가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정 전 총장 주변에선 "아쉽다"는 얘기가 나온다. 통합신당모임 박상돈 의원(천안 을)은 "정치하기로 결심한 줄 알았는데 안 한 모양"이라고 말했다. "정 전 총장의 충청권 입지가 좁아졌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고정애 기자 <ockham@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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