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후세인 생포] 反美 우려 이라크내서 처리 전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사담 후세인의 체포로 그의 처리 문제가 관심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과 이라크 군정은 지난 10일 설립했던 이라크 전범 특별재판소에 후세인을 올려놓을 것으로 보인다. 리카르도 산체스 이라크 주둔 미군 지상군 사령관은 14일 "후세인 처리와 관련해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는 지난 10일 특별재판소 설치를 발표하며 후세인이 체포되지 않더라도 그를 궐석으로 재판에 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과도통치위원회가 만든 전범 특별재판소는 대량살상무기 사용과 반정부 세력 학살과 같은 반인도주의 범죄 등 후세인 정권 하의 모든 '범죄'를 단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지금까지 언급된 후세인의 범죄 행위는 다양하다. ▶1983년 쿠르드족 8천여명 학살 ▶88년 화학무기로 쿠르드족 5천여명 학살 ▶91년 걸프전 이후 시아파 회교도 30만명 학살 의혹 ▶불만세력에 대한 고문 등 반인륜 범죄가 그의 주요 죄목이다.

미국은 89년 미군을 전격 투입해 파나마의 마누엘 노리에가 정권을 무너뜨린 뒤 그를 국내로 잡아와 재판을 강행했다.

노리에가는 플로리다 법정에서 마약 거래 등의 죄목으로 4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그러나 후세인의 미국 내 재판은 어려울 전망이다. 후세인에 대한 재판권을 미국이 행사하려 할 경우 이라크 국민의 거센 반발과 이로 인한 반미 저항의 확산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후세인을 이라크에서 재판대에 올리며 나타날 역효과다. 과도통치위원회 측은 재판 과정을 TV로 중개하는 등 일반에 공개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재판 과정에서 그의 발언과 행동 일체가 이라크인은 물론 이슬람권을 포함한 전 세계에 공개된다. 따라서 재판 과정 여하에 따라서는 이라크인들과 이슬람권이 그를 반인륜적 범죄를 자행한 '전범'이 아니라 미국에 맞서 이라크의 주권을 지키고 이슬람 세력의 대변자로 나서려 한 인물로 동정할 수도 있다.

특히 로이터 통신은 "과도통치위가 특별 전범재판소에 사형제 도입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후세인이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는다면 반미 이슬람 세력은 그를 '순교자'로 만들어 저항 세력의 결집에 나설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워싱턴 포스트는 올해초 "미 행정부 일각에서는 사담 후세인을 사로잡느니 차라리 사살해 그를 처리하는 와중에서 반미세력의 결집을 불러일으키지 않는게 낫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때문에 후세인에 대한 재판은 국제 사회에서는 미국의 무리했던 개전 동기를 되새기는 계기로, 이슬람권에는 반미 저항을 부추기는 불씨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미국의 고민이다.

채병건 기자

<사진설명전문>
스페인을 방문 중인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의 순번제 의장인 아브델 아지즈 알하킴(中)이 14일 마드리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체포를 발표하고 있다.[마드리드 AP=연합]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