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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바루기] 짬짜미/짬짬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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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아파트 가격이 한창 오를 때 자기네 단지의 값을 올리기 위해 부녀회 등에서 담합해 주변의 부동산중개소에 압력을 넣은 일이 있었다. 또 국내 주요 정유사들이 석유 제품 가격을 담합해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어 공정거래위원회가 정유사들에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담합(談合)'이란 서로 의논해 합의함을 뜻한다. 서로 의논해 어떻게 하기로 약속하는 것이니 '밀약(密約)' '내약(內約)'과 비슷한 말도 된다. 이 '담합'과 같은 순 우리말이 있다. 바로 '짬짜미'다. 남모르게 자기들끼리만 짜고 하는 약속이나 수작을 가리킨다. "아파트값 짬짜미가 크게 줄었다" "우리들만 짬짜미해서 놀러 가기로 한 것이 약간 마음에 걸린다"와 같이 사용된다. 표준국어대사전에도 '담합'을 '짬짜미'로 쓰는 것이 좋다고 해 놓았다.

'짬짜미'와 발음이 똑같은 '짬짬이'도 있다. 이것은 '짬'(어떤 일에서 손을 떼거나 다른 일에 손을 댈 수 있는 겨를)에서 온 말이다. 그래서 '짬짬이'는 '짬이 나는 대로 그때그때' '짬이 날 때마다'를 뜻한다. "네가 짬짬이 나를 도와줘서 정말 고맙다" "구름은 짬짬이 투자해볼 만한 하늘의 동산(動産)입니다. 지상에 방 한 칸 없는 시인이 그곳에 투자합니다"처럼 쓰인다.

'짬짬이'를 '짬짜미'와 혼동하면 안 된다. 뜻이 전혀 다른 단어이기 때문이다. 이번 주말엔 나도 교외로 나들이할 짬을 좀 내봐야겠다.

최성우 기자

*지나간 '우리말 바루기'기사는 『한국어가 있다』는 책으로 출간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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