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넥타이를 이해하십니까|강준혁<공연 기획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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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의 현대작곡가 중존 케이지라는 사람이 있다. 현존하는 작곡가 중 가장 유명하다고도 할 수 있는 이 전위예술가는 종종 기발한 아이디어로 청중을 놀라게도 하고 화제거리를 만들어 낸다.
그 중에서 매우 조용히 뭇 사람들을 놀라게 한 작품이 1952년 발표한『피아노를 위한 4분 43초』. 피아노 연주자가 박수를 받고 등장해 피아노 앞에서 4분43초 동안 앉았다가 퇴장했으니「조용히 놀라게 한 작품」이랄 수밖에 없다. 여하튼 이 작품은 숱한 항의·감탄과 논란을 불러 일으켰고, 음악의 정의와 범주를 새롭게 들먹이게 했다. 문제는 소리도 없는 이「음악」을 누가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였다. 다행히도(?) 이 작품을 이해한 사람들을 통해 그 비법도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눈 덮인 시베리아를 그렸다고 흰 캔버스를 그대로 내건 작품이나 존 케이지 의『4분43초』같은 경우는「이해」라고 불리는 우리의 이성적 측면이 문제될 수 있겠다. 왜냐하면 감각할 수 있는 요소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요즈음처럼 너무나도 충분한 시각적·청각적 정보의 홍수 속에 살면서도 예술이라면 즉시「이해 강박증」에 걸려 예술은 이해하기 힘든 것이라 외면하며 자신의 세련된 감각조차 묵살해 버리는 분들이여!
당신 아이에게『네가 흥얼거리는 그 CM송을 이해하느냐』고 물어 보라. 똑똑한 그 아이가 반문 할 것이다.『아빠는 그 넥타이를 이해해서 골랐나요.』
예술이란「이해」에 앞서 일단 느끼고 즐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사실을 이렇게 일깨워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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