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사모펀드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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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산업은행 주도로 1조원 규모의 '아시아 구조조정.경제개발 전문 사모투자펀드(PEF)'가 올해 안에 설립된다. 이 펀드는 외환위기 후 국내 구조조정 경험을 살려 중국.동남아 등지의 부실채권.기업 인수와 각종 개발사업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또 앞으로는 국내 금융지주회사가 외국 금융회사를 사들여 자회사로 편입할 수 있게 된다. 지금은 자회사 아래의 손자회사로밖에 둘 수가 없어 자금 조달이나 다른 자회사와 정보 공유에 제약이 많이 따르고 있다.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점포.사무소 신설 규제도 크게 간소화된다.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25일 금융연구원 주관의 '국내 금융회사 해외진출 전략 심포지엄'에서 이런 내용의 금융회사 해외 진출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권 부총리는 "외환위기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정부나 금융계가 해외영업을 지나치게 위축시켜 금융의 세계화를 따라가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국내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달했다"며 "국내 금융회사가 해외에서 새 성장동력을 얻을 수 있도록 해외 진출을 가로막고 있는 규제를 과감하게 없애겠다"고 말했다.

◆아시아 구조조정 시장 선점=산업은행과 자산관리공사를 비롯해 국내 증권사는 외환위기 후 기업.개인의 빚을 구조조정하는 노하우를 많이 쌓았다. 이제는 중국이나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해 이를 활용할 때라는 게 정부 판단이다. 이를 위해선 PEF를 통하는 게 효과적이다. 개별 금융사가 직접 뛰어들기엔 규모에 한계가 있고 위험도 크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주도의 1조원 규모 PEF를 조성해 공동투자에 나서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정부는 이를 위해 국내 PEF가 외국에 서류상 회사(SPC)를 세운 뒤 이 회사를 통해 해외 투자에 나설 때는 국내 투자에 적용하는 각종 규제를 면제해 주기로 했다. PEF의 국내 투자는 기업 인수 업무로 제한돼 있으나 해외 투자 때는 부실채권을 인수하거나 유전.광산 개발에 참여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아울러 여유자금이 많은 보험사도 PEF를 설립해 해외 투자에 나설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로 했다.

◆해외 영업망 확충=현행 금융지주회사법은 외국 금융사를 인수할 때 복잡한 규제를 받았다. 국내 영업만 고려해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외국 금융사도 자유롭게 자회사나 손자회사를 둘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주기로 했다. 해외점포 신설도 수월해진다. 현지법인 설치 때 신고수리기간이 한 달에서 20일 이내로 단축된다. 해외점포를 새로 설치하자면 1년 이상 영업한 기존 해외점포의 절반 이상이 흑자를 내야 한다는 엄격한 규제도 완화한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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