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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통죄 폐지안 찬반 공방|관심 끄는 형법 개정안 공청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30일 서울 서초동 사법 연수원에서 열린 형법 개정안 이틀째 공청회는 간통죄·혼인빙자간음죄 폐지, 낙태의 허용 범위 등 사회의 관심이 높은 쟁점을 놓고 토론자들간에 공방을 벌였다.
이날 공청회장에는 여성단체 관계자들과 유림들이 나와 찬반토론을 주의깊게 경청했으며 김숙자 가정법률상담소 부소장과 유교진흥대책위 권길정씨 등은 질의를 통해 간통죄폐지 반대의사를 개진했다.
이날 회의서에는『40년만에 처음으로 전면 개정되는 형법의 중요한 쟁점들이 간통죄폐지 여부에 관한 과열된 논쟁분위기와 여론 때문에 희석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가장 큰 관심을 모은 간통죄폐지 문제와 관련,「국가-사회적 법익」의 주제발표자인 김일수 교수(고려대)는『찬반양론이 엇갈리고 있는 만큼 국민의 지배적인 도덕관과 법의식을 존중하는 선에서 결정돼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김 교수는『이성보다 감정이 풍부한 우리의 국민정서에 비춰볼 때 폐지에 따른 역작용이 예상된다』고 지적,『새 제도의 장·단점이 의심스럽고 논란이 많을 때는 기존의 상태를 존중해 결정하는 것이 입법자의 현명한 태도』라며 신중론을 폈다.
이어 벌어진 찬반토론에서 김창국 변호사·박상기(연세대)·오영근(한양대)교수, 김규헌 검사(서울지검)등 4명은 간통죄를 폐지한 개정안에 찬성했고, 여성인 김영자 교수(성심여대·사회학)만이 반대의사를 밝혔다.
김창국 변호사는 폐지론의 근거로 ▲개인의 성생활에까지 국가 형벌권이 개입하는 것은 부당하며 ▲폐지하더라도 성도덕이 문란해진다고 단정할 수 없고 ▲현실적으로 피해자의 복수도구로 이용되고 있다는 점등을 들었다.
김규헌 검사는『시대에 따라 변하는 남녀의 성 윤리를 법규범의 보호법익으로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존폐 여부는 형사 정책적 문제』라며 『실무적으로 간통죄로 입건된 피의자들이 기소되는 비율은 10%정도에 불과해 범죄 예방 효과도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이영자 교수는『간통을 개인의 자유로운 성 결정권, 행복추구권 차원에서 볼 것이 아니라 가족 제도의 유지, 일부일처제의 보장이라는 근원적인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며『현실적으로 열악한 지위에 있는 여성의 보호와 이중적 성 윤리에 대한 견제를 위해 간통죄는 존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혼인빙자간음죄에 대해서는 주제 발표자와 토론자 전원이 찬성했다.
「개인적 법익」의 주제 발표자인 이재상 교수 (경희대)는『혼인빙자는 혼전에 성 관계를 강제할 사유에 해당되지 않을 뿐 아니라 실제 성 관계를 맺을 당시 결혼의사가 있었다면 형벌의 규제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밝혔다.
낙태죄에 대해서는 주제발표자인 이 교수와 토론자들이 계속 존치 시킨 개정안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토론자로 나선 백형구 변호사는『낙태를 형벌로 규제하되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대한변협의 의견을 소개했다. <이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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