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이슈] AA- → AA 일본 신용등급 1계급 특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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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일본의 국가신용이 5년 만에 AA 등급을 회복했다.

블룸버그.파이낸셜 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의 신용평가기관 S&P는 23일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외화표시장기채권 등급)을 AA-에서 AA로 올린다고 밝혔다. 일본은 1975년 최고 등급인 AAA를 받은 이래 지금까지 재정적자 등을 이유로 단계적으로 신용등급이 내려갔다.

◆왜 올렸나=니혼게이자이신문(日本經濟新聞)은 "2002년말에는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2%였는데 올 해말에는 5.0%로 떨어질 것이 예상되는 등 재정과 금융 개혁의 성과가 높이 평가됐다"고 전했다. 오미 고지(尾身幸次) 일본 재무상도 24일 "일본 경제가 견고하고 은행시스템이 회복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달 중순 발표한 2007년 세계경제전망에서 '일본이 올해 2.2%의 안정적 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일본의 총리실 산하 경제자문위원회, 금융청(FSA)의 정책연구그룹, 자민당은 싱가포르 테마섹을 모델로 한 국영 투자회사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9000억 달러에 달하는 보유 외환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선 투자회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민간 기업의 내년 3월 대졸자 채용현황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24일 일본의 구직 사이트 리쿠르트에 따르면 기업들의 내년 대졸 이상자 채용 예상인원은 올해보다 13% 늘어난 93만3000여명이다. 평균 구인 경쟁률은 2.1대 1로 올해(1.89대 1)보다 높아졌고, 특히 유통업 분야에서는 7.31대 1에 달해 내년엔 직원 모시기 전쟁이 벌어질 판이다.

◆외국 투자 봇물=이런 가운데 일본 금융.부동산 시장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HSBC는 내년 초 일본에서 소매금융 영업을 시작하고 4년내 지점 수를 50개로 늘릴 예정이다. HSBC는 오랫동안 소매금융에 눈독을 들였지만 진출을 망설이다 일본 경기 회복세가 계속될 것이란 판단이 서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씨티그룹은 오는 7월 일본내 씨티그룹 산하 은행.증권.카드 사업 등을 총괄하는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씨티은행은 일본 내 지점수도 현재 30개 수준에서 향후 두 배 이상 늘릴 방침이다.

일본 정부가 지난달 "집값과 땅값이 16년 만에 올랐다"고 밝힌 가운데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는 이달 중순 일본항공(ANA)이 소유하고 있던 호텔 13개를 24억 달러에 매입한다고 최근 밝혔다. 사모펀드 칼라일은 25억 달러 규모의 아시아 부동산 펀드를 설립하고 이중 40%를 일본과 중국에 투자한다고 지난달 밝히기도 했다.

KOTRA의 남우석 일본담당 과장은 "일본 경기는 현재 버블 붕괴 이전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현재 전기.전자.부품.자동차 등에서 기업들이 좋은 실적을 보이고 설비투자도 늘고 있다"며 "당분간 호황 국면이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이유로 S&P가 신용등급을 올린 것으로 보이지만 재정적자가 상당한 수준이고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연금개혁이 좀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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