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등장한 별난 미국식 식당/메뉴 무려 120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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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요리사 50여명이 각국 음식 조리
『「난 어제도 그것을 먹었어」라는 말은 필요치 않습니다.』
1백20가지나 되는 메뉴를 갖춘 미국식 식당 「TGI 프라이데이즈」(대표 임영수)의 개치프레이즈.
「좋은 주말입니다」라는 뜻으로 미국 사람들이 즐겨 쓰는 「Thanks God,Its,Friday」의 머리글자를 딴 이 레스토랑은 (주)아시안스타가 미국의 본점과 체인점 계약을 하고 2월말부터 본격적 영업을 시작한,한국인들에겐 다소 별나게 보이는 음식점이다.
위치는 양재전철역에서 강남대로 쪽으로 2백여m쯤 올라간 곳.
체인점마다 통일되어 있는 교본을 보고 50여명의 요리사가 만든 요리는 멕시코·미국·이탈리아의 생소한 것들에다 한국식까지 망라,햄버거만도 요일마다 재료를 달리해 10여가지가 넘으며 5백원을 내면 양송이·베이컨·아보카도 등 손님이 원하는 재료를 추가할 수도 있다.
영업부장 정인태씨(38)는 『음식의 종류가 워낙 다양하고 생소한 이름을 가진 탓에 손님들이 이름을 잘 아는 피자만 찾아 영업초기 두달치를 마련한 피자재료가 2주일만에 바닥났었다』고 했다. 음식값은 한 사람이 식사하는데 1만∼1만5천원 정도.
3백여평의 넓이에 4백여석의 좌석을 갖춘 이 식당은 무수한 메뉴와 함께 홀에서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수 있다.
벽은 미국 본사에서 설치한 낡은 기타·트럼핏 등 악기,가스램프,오리발,체스판 등 온갖 미국적 분위기의 잡동사니들로 장식되어 있고 홀은 바·레스토랑·카페 분위기를 한꺼번에 연출하게끔 배치된게 특징. 붉은색·흰색 줄무뉘의 유니폼을 입은 50여명의 종업원들이 한국의 식당과는 달리 몹시 「적극적으로」 움직인다.
영업초기에는 한달가량 미국본사에서 온 지도단 20여명이 직접 손님접대·요리를 하며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평일이면 1천여명,주말이면 2천여명의 손님들이 몰려 성황을 이루는데 이중 30% 정도가 외국인. 때문에 종업원들은 영업시간 시작전 두시간씩 영어교육을 받는다.
이 식당의 분위기가 너무 「미국적」이라 거부감을 느낀다는 손님들의 반응도 있다. 우연히 이 식당을 찾은 대학생 권복기군(19·서울 신림동)은 『마치 서울속의 미국에 있는 듯한 느낌』이라며 『이곳을 찾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것이 우리 입맛마저 미국화되었다는 증거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이현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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