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문화교류|첫「공식화」의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27일 문화부가 발표한「92한국문화통신사」 일본파견은 그 동안 껄끄러웠던 한일간의 문화교류를 정부차원에서 공식화한다는 측면에서 큰 변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파견단 규모도 각계를 망라한 1백30여명에 달하고 있어 문화통신사는 앞으로 본격적인 교류의 시발점이 될 것이 확실하다.
이번 발표에서 이수정 문화부장관은『한일 양국은 국민이 서로의 문화를 깊이 이해하고 우호·협력분위기 조성을 위해 문화교류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키로 했다』고 밝히고『상호주의에 입각, 일본에서도 내년에 문화사절단을 파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발표문에「양국정부 및 민간단체가 공동으로 참여」라는 표현을 담고있어 일본정부가 문화교류의 전면에 나섰음을 명확히 하고 있다.
실제 문화통신사의 성사에는 우리측에서 문화부가 나섰고, 일본측에서는 외무성이 실질적인 기획을 담당하면서 전직 차관보급 인사들로 구성된 한일 문화교류모델실행위원회에서 실무적인 일을 맡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실행위원회의 위원장은 스노베 료조(수지부량삼)전 주한일본대사가 맡고 있어 일본측이 상당한 정도의 신경을 썼음을 말해주고 있다.
한국문화통신사의 파견은 우리측에서 보면 일본문화에 대한「영토개방」이며 , 교류차원 이 정부수준의 본격적인 것이어서 해방 이후 견지해온 일본문화에 대한「수입제한」방침의 본격적인 철회를 의미한다.
일본측이 내년에 우리한테 건너와 선보일 문화사절단의 내용은 아직 미정이고 앞으로 양국간 협의를 거쳐 확정지을 예정이나 문화부관계자들은 우리 수준의 전통문화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밀수입돼 우리문화를 잠식하고 있는 일본의 대중문화가 정부차원에서 공식화될 것이라는 우려는 당장 하지 않아도 된다. 이 장관도 발표석상에서 일본의 대중문화 침투에 대한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양국합의가 전통문화의 교류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대중문화에 대해 얘기할 시점이 아니다』며 자세한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일단 전통문화로 시작되는 문화교류가 이루어지면 대중문화의 교류를 별도로 막을 수 있는 명분이 적다는 측면에서 한국문화통신사 파견은 되새져 봐야할 점이 있다. 특히 지난번 미야자와(궁택)총리의 방한 시 요구한「일본 영화·대중가요 해금」은 같은 맥락에서 파악해야 될 것이다.
노동은 교수(목원대)는 『철저히 산업화된 일본의 대중문화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우리의 대중문화를 잠식할 것은 자명하다』며『대중문화가 한국에 들어오는 것은 철저히 경계해야한다』고 말했다. <김상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