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퇴폐문화가 10대 자극한다(성범죄세계3위 이대로 좋은가: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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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널린 비디오·외설잡지 충동 유발/환각약물 범람도 범행증가 요인
『비디오에서 본대로 실제로 해보고 싶어요.』
서울 강남경찰서에 12일 강간혐의로 붙잡힌 강모군(15·서울Y고 2)등 고교생 5명의 범행동기는 너무도 황당했다.
이들은 지난달 28일밤 서울 개포동 한 아파트 공사장안에서 한모양(13)등 여중생 2명을 번갈아 성폭행하면서 한양 등에게 비디오에서 본 이상한 행위까지 강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몇달전부터 음란비디오를 함께 시청해왔다는 강군 등은 『한양 등을 불러내 술을 마시던중 비디오의 성행위장면이 떠올라 일을 저질렀다』며 『비디오에서처럼 여자들이 좋아할줄 알았다』고 어이없는 진술을 했다.
1년전부터 포르노잡지를 몰래 탐독해오던 임모군(14·서울B중 3)은 15일밤 서울 거여동 자기집에 세든 차모양(25·공원)방에 복면하고 들어가 차양을 식칼로 위협,성폭행하고 달아났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임군은 『차양이 핫팬티 차림으로 머리를 감는 것을 보는 순간 잡지의 사진들이 연상돼 참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사회 곳곳,생활주변에 널려 있다시피한 성충동 자극환경과 요인들이 곧바로 범죄로 연결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요즘 상황이다.
강남경찰서 하옥현 형사과장은 『10대 성범죄의 대부분이 비디오등 음란퇴폐문화에 직·간접적으로 자극받아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YMCA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중·고생의 50%가 음란비디오를 본 경험이 있다.
그밖에도 포르노잡지·만화·선정적인 광고물·영화 특히 최근 퍼스널컴퓨터 보급과 함께 「옷벗기기 프로그램」등 음란디스켓이 새로운 음란물로 청소년들의 의식을 좀먹고 있다.
각종 환각성 약물의 확산 또한 성범죄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검찰통계에 따르면 강간범의 7.2%가 대마초·본드·각성제등 약물복용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지난달 6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붙잡힌 택시운전사 박태수씨(47)의 경우 여자승객들에게 신경안정제가 든 드링크류를 먹이는 방법으로 「손쉽게」 84명을 성폭행하기도 했다.
이같은 환경요인들이 타인을 도구로 보는 인간관·물질만능·쾌락주의·성개방의식과 상호작용할때 죄책감이 별로 없는 성범죄로 나타난다는 분석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지난해 수감중인 강간범 1백8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했을때 응답자의 38%가 『피해자가 강간을 유발했다』고 대답했다.
범인들의 일방적인 응답이기 때문에 모두 신뢰할 수 없지만 여권신장과 함께 돌출된 여성음주자의 급증,대담한 자기표현등 피해자들의 부주의나 실수도 범죄촉발의 한 요인이 되고 있는 것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우리 가정·학교의 교육이나 당국의 치안·형사정책 등에서는 체계있는 대응도,효과적인 감시도 이루어지지 못하는데서 갈수록 상황이 악회되고 있다는 지적이다.<이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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