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측과 교감설 정몽준 지난 주말 이명박 측과 골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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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대선 가도에서 정 의원의 잠재력은 무시할 수 없다. 그는 2002년 대선 당시 후보 단일화 돌풍을 일으켰고,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으로 활동해 왔다. 정치권에선 정 의원이 곧 특정 정당을 선택해 재도약을 모색하리라는 소문이 돈다. 그는 2011년 FIFA 회장 출마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FIFA 회장 후보에 걸맞은 정치적 위상을 확보하려 한다는 얘기다. 정 의원이 특정 정당, 특정 후보를 적극 지원할 경우 무시 못할 파괴력이 있을 것이란 분석에 여의도 정가는 상당 부분 공감하고 있다. 그 때문인지 한나라당 빅2 진영은 정 의원을 향한 구애 의지를 숨기지 않는다.

정 의원은 21일 경기도 N골프장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 진영의 핵심 의원 세 명과 함께 골프를 했다. 이 전 시장의 비서실장인 주호영 의원, 공보를 총괄하는 이윤성 의원, 이 전 시장의 지방 방문에 자주 수행하는 김기현(울산 남구을) 의원이 나섰다.

이날 골프 모임은 정 의원과 같이 울산에 지역구를 가진 김 의원이 주선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날 모임을 놓고 '이 전 시장 측이 정 의원에게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낸 것 아니냐'고 해석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6남인 정 의원은 현대건설 CEO 출신인 이 전 시장과 한솥밥을 먹었다. 하지만 이 전 시장은 1992년 대선을 앞두고 정 전 회장과 다른 길을 걸었다. 이 전 시장과 정 의원 간의 사이도 서먹해졌다.

그래서 이 전 시장 측의 측근들이 화해 메시지를 전하며 정 의원의 마음을 움직이려 했을 가능성이 지적된다. 골프모임을 주선한 김기현 의원도 22일 "구체적인 얘기가 오가지 않았으나 '이 전 시장을 좀 도와 달라'는 취지는 충분히 전달됐다"고 밝혔다. 이 전 시장 쪽뿐이 아니다. 박근혜 전 대표도 정 의원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두 사람에겐 장충초등학교 선후배란 인연이 있다.

박 전 대표는 2006년 5.31 지방선거 때 정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설이 돌자 직접 정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사실무근임을 확인해 준 적이 있다. 그만큼 가깝게 생각한다는 방증이다.

박 전 대표 진영의 한 핵심 의원은 "우리도 정 의원의 행보에 관심이 크다"며 "도움을 요청했다면 참모들을 거치지 않고 박 전 대표가 직접 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정 의원은 어떤 카드를 선택할까. 그의 한 측근은 "현재로선 향후 행보에 대해 정해진 게 아무것도 없다"며 "이 전 시장이나 박 전 대표, 어느 쪽으로부터도 도와 달라는 얘기를 공식적으로 듣지 못했다"고만 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선택 카드 가운데 정 의원이 범여권 행을 선택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작아 보인다. 그의 측근들은 "정 의원의 가장 큰 관심사는 통일.외교 정책"이라며 "노무현 정권의 통일.외교 정책에 대해 정 의원의 불만이 너무 크다"고 말한다.

서승욱 기자

*** 바로잡습니다

4월 23일자 8면 '정몽준, 지난 주말 이명박 측과 골프'기사에서 "두 사람(정몽준과 박근혜)에겐 장충초등학교 선후배란 인연이 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릅니다. 두 사람은 장충초교 동기동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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